
캡콤을 대표하는 액션 게임 시리즈인 ‘몬스터 헌터’는 20년이라는 시간을 이어오며 발전을 거듭했다.
최신작 ‘몬스터 헌터 와일즈’는 비교적 최근 ‘몬스터 헌터’ 시리즈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으며, 그동안의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는 등 시리즈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욕이 엿보인다.

가장 먼저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은 의외로 스토리다. 기존 시리즈에서도 스토리라인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엿볼 수 있었으나 ‘몬스터 헌터 와일즈’는 마침내 도약했다는 평가를 줄 수 있을 만큼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본편에서는 하얀 그림자로 불리는 몬스터로부터 마을이 공격당한 뒤 홀로 탈출해야 했던 소년 나타와 주인공 헌터에 대한 시점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 길드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알마와 부대원들과의 유대를 통해 헌터는 어떤 존재이며 길드는 무슨 일을 하는지 나타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몬스터를 대체로 토벌의 대상으로 묘사됐던 전작과 달리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인간을 해치거나, 생태계 자체를 위협하는 부득이한 상황에서 토벌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기존 게임 속 설정을 스토리라인에 잘 녹여낸 묘사로 보이며 플레이어의 감정 이입을 위해 분신인 헌터에 목소리를 더한 결과, 기존에 온라인 게임과도 같은 파편화 된 스토리라인이 아닌 하나의 이야기를 맺는 싱글 게임과 같은 느낌을 준다.
스토리텔링과 함께 액션과 편의성에서도 큰 발전을 이뤘다. 시리즈의 장점인 액션은 새로운 요소인 ‘상처 파괴’ 시스템이 더해지며 더욱더 사냥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계속해서 몬스터에게 공격을 강하면 특정 부위에 상처가 생기고 ‘집중 모드’를 통해 해당 상처에 큰 데미지를 주는 것이 가능하다.
몬스터의 행동을 살펴보며 취약한 점을 집중해서 노려야 하는 ‘몬스터 헌터’ 시리즈만의 차별화 요소를 더욱 발전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상처 파괴’시의 경쾌한 타격감을 동반한 연출은 액션 명가로 불리는 캡콤의 명성에 걸맞은 수준이다.
또한 ‘몬스터 헌터 월드’를 기점으로보다 대중성을 지니기 위해 편의성을 대거 개편했다면 ‘몬스터 헌터 와일즈’는 그 사이에 출시됐던 ‘몬스터 헌터 라이즈’와 ‘몬스터 헌터 나우’의 편의성마저 채용한 인상이다.

‘몬스터 헌터 라이즈’의 탈것이었던 가루크와 비슷한 역할의 탈것 ‘세크레트’를 통해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몬스터 헌터 나우’처럼 보상이 좋은 몬스터는 퀘스트로 저장해 친구와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사냥할 수 있다는 점 등 단순히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재미로 느껴질 수 있도록 확장했다.
여기에 필드는 하나의 생태계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깊이 있는 밀도를 보여준다. 현실에서도 동식물이 번영하고 쇠퇴하는 것처럼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필드는 풍요기-황폐기-기상 이변 3가지 환경을 순환한다.
풍요기에는 작물이 번성해 채집 소재를 찾기 쉬워지거나 특정 환경 생물이 증식하며, 기상 이변에서는 해당 생태계의 정점인 몬스터가 출현하는 등 변화하는 필드에 맞춰 매번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이번 타이틀의 주제인 생태계의 순환을 콘텐츠로 표현했다.

기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 액션, 편의성 모두 예상을 뛰어넘으며 높은 팬들의 기대에 충족시켰다는 인상이지만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쉬움 역시 눈에 밟힌다.
다소 라이브 서비스 업데이트를 의식한 듯 급하게 일단락되는 스토리와 높은 등급의 소재를 얻을 수 있는 몬스터가 한정돼 특정 몬스터만 계속해서 잡아야 하는 등 시리즈 전통의 엔딩 후 즐길 거리가 다시 빈약하다.
시리즈 전통의 강대한 몬스터인 ‘고룡’이나 인기 몬스터 역시 많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콘텐츠가 상당히 뒤에 찾아올 것이라 예상된다.

캡콤 측에서는 이를 인지한 듯 서둘러 향후 4월 타이틀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몬스터 ‘타마미츠네’를 예고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인 몬스터나 콘텐츠가 조금은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최적화 이슈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받는 좋은 인상이 퇴색하게 만든다.
마감과 콘텐츠를 업데이트로 기약한 점이 아쉬움을 남기기에 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면 이 같은 점이 해소되길 기다리며 천천히 즐기는 방법을 권한다. 만약 시리즈의 팬이라면 일말의 아쉬움에도 거대한 야생에 녹아든 세계관에 푹 빠져 즐길 수 있으며 쉽게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에 감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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