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대거 수장 교체에 돌입한다. 산업군 전체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사령탑을 통해 기업의 미래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령은 이사회를 통해 김정균·장두현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정균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장두현 대표가 개인 사유로 자진 사임하면 오너 3세 김정균 대표가 총괄경영을 이끌게 됐다.
회사 측은 “성장전략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책임경영이 필요한 시기임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2019년 보령홀딩스 대표에 선임된 김 대표는 2022년부터 보령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김 대표는 블록버스터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의 시장 확대, Onco(항암) 부문 독립 및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을 통한 항암제 사업 성장 등을 이끌며 지난해 회사를 ‘1조 클럽’에 입성 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JW중외제약은 이달 정기주총을 통해 함은경 총괄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업계는 함 총괄사장이 대표로 내정되면 기존 신영섭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최고개발책임자(CDO)를 겸임하고 있는 함 사장은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신약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한 R&D 분야를 강화할 예정이다. 함 사장의 대표 선임으로 신영섭 대표는 마케팅·영업 분야에 집중하는 효과를 얻어 외·내부적으로 안정적인 체계가 마련될 방침이다.
한미약품그룹은 올해 상반기 주총을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본격화한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달 말 이사회를 통해 김재교 메리츠증권 부사장(IND 본부 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할 전망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사장은 1990년 유한양행에 입사한 이후 경영기획, 글로벌전략, 기술수출, 인수합병 등을 수행하며 30년간 한 회사를 이끈 인물이다. 특히 김 부사장은 유한양행을 주식회사로 전환시키고 기업의 성장을 이끈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주도한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2021년 금융권으로 넘어가 다양한 바이오벤처 육성을 도모하며 제약업과 투자업 모두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한미약품그룹은 김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하며 1년 이상 이어진 경영권 분쟁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대주주 4인 연합 측이 제시한 ‘머크식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될 예정이다.
삼진제약은 기존 최용주 대표를 재선임하지 않고 대표 교체를 준비 중이다. 일각에서는 오너 2세의 공동대표 경영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진제약은 1968년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이 공동 창업한 이후 57년간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후 2021년 조 회장과 최 회장이 물러나면서 회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운영 중이다.
현재 삼진제약은 오너 2세들이 전부 이사회에 합류한 상태다. 최지현 사장, 조규석 사장, 조규형 부사장, 최지선 부사장이 모두 사내이사다. 최지현 사장과 최지선 부사장은 최승주 회장의 장·차녀이고, 조규석 사장과 조규형 부사장은 조의환 회장의 장·차남이다.
업계는 최지현 사장과 조규석 사장이 공동대표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최 사장은 영업·마케팅·R&D를, 조 사장은 경영관리·생산을 총괄하고 있어 이들이 공동대표에 오르면 현재 역할을 유지하며 각자대표 경영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삼일제약은 지난해 영입한 신유석 총괄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오너 3세 허승범 회장 단독 대표 체제를 유지 중인 삼일제약은 신 총괄사장을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워 공동대표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그룹은 바이오 계열사를 총괄할 인물로 대웅제약 대표와 종근당 고문을 역임한 전승호 대표를 발탁했다.
전 고문은 지주사 코오롱에서 바이오헬스케어 부문을 담당하고, 핵심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에서는 대표이사를 맡을 예정이다. 전 고문은 기존 노문종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전 고문은 대웅제약을 1조 클럽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서울대 약학대학 출신인 전 고문은 200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대웅제약에 21년간 몸 담았다. 2018년에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전 고문은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지난해 초까지 대웅제약을 이끌어왔다.
코오롱그룹이 전 대표를 영입한 배경은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TG-C)’의 미국 출시를 준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간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제약,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등 다양한 바이오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를 총괄할 전문경영인이 부재했다. 코오롱그룹은 한 차례 실패를 겪은 인보사의 부활을 통해 그룹사의 제약바이오 사업 강화와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청사진을 그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사령탑에 변화를 주면서 불안한 산업 정세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라며 “첫 전문경영을 시작하는 기업과 차세대 오너 일가 인물이 경영 전면에 나오는 기업 등이 추후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