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정부의 의사 수급 정책 오류를 비판하며 단순 의대생 증원이 아닌 현실적인 분석법을 통해 투명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OECD 대비 높은 의료서비스와 추후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한 효율성 증가 등을 고려하면 의대생 증원 시 오히려 의사 수가 과잉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27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의협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 ‘의사 인력 수급 전망’을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의료정책포럼은 최근 의료계가 분석한 의사인력 수급추계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은 이날 포럼은 박정훈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이 ‘2025년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사 수급 전망’ 발표를 시작으로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가 ‘의료수급 전망은 의료시스템 개혁에 달려있다’는 주제로 발제했다.
박정훈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OECD 국가 대비 인구당 의사 수 부족을 주장하며 단순히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늘려 낙수효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대 정원 증가로 사회가 원하는 의사를 단시간내 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선진국은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정부차원에서 일관된 수급계획 수립하는 반면, 한국은 정권에 따라 비계획적으로 의사인력 정책을 수립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까지 정부는 의사인력 수급을 계산한 연구에서 의사의 근무 일수를 265일로 추정했다. 이는 주말, 공휴일을 제외한 일반국민 기준 근무일로 실제 의사의 근무 일수와 차이를 보인다.
현실적인 의사 근무일수인 289.5일로 의사인력 수급추계를 다시 계산하면, 의대정원 증원시 오는 2035년 1만명 과잉공급이 예상된다.

박 책임연구원은 “인구 1000명당 한국 의사 수는 2021년 2.6명으로 OECD 국가 평균(3.7명) 대비 부족한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OECD 국가 평균 1인당 외래진료횟수는 8회인 반면 한국은 16회로 2배 이상이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의사 의료서비스 생산(노동생산성 측면)은 OECD 대비 3배 이상으로 한국이 의사수가 적다는 이유로 의료서비스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주장은 무리”라며 “1인당 의사수는 적으나 높은 생산성과 우수한 의료결과로 한국이 의사부족에 직면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AI기술 발전에 따른 업무 효율성 향상이 의사 부족을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책임연구원은 “AI 도입으로 기존 활동량의 36%가 자동화돼 환자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효율이 향상된다”며 “이러한 생산성 향상은 2030년 OECD 전체 회원국 대상 350만명의 의료인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홍윤철 교수는 의사 수급 추계를 계산할 때 분석에 사용되는 가정이 정당한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의사 근무일 수를 1년 265일로 보고 매일 50여명의 환자를 의사 혼자 담당한다고 가정한다면, 정부 집계대로 미래에 의사가 부족해지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의료체계는 기술 발전으로 매해 효율성이 증가하며 수년 후 외래 수요마저 점차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또 홍 교수는 한국과 OECD 국가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비율이 같다고 가정하면 노동력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OECD 국가 의사가 1/3 노동을 한다면 한국 의사는 3배 노동한다”며 “이는 의사 수 문제보다 수가체가가 잘못됐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홍 교수는 지역별 의사 공급 문제도 의사 수 증원으로 해결되는 단순 문제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지역격차 문제는 지역 의사공급을 늘리는 방안외에 네트워크 체계 안에서 원격의료 이용 등의 해소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지역의료 강화는 적절한 수준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지역 주민의 접근성 향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필요한 의사 수 추계는 합리적 가정과 시나리오에 근거해야 한다”며 “자발적 참여 기반으로 합의될 수 있고 실현가능한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2025년 새 학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아직도 사태의 책임자인 정부는 정상적인 의학교육의 구체화된 플랜도 내놓지 못하고 있고, 합리적인 의사인력 추계방안 제시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과학적 근거와 의학교육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왜곡된 프레임으로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의사인력 수급 문제는 정치적 논리나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의료 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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