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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게임업계가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한 트리플A 게임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모바일 게임 중심이었던 중국 게임사들은 이제 콘솔·PC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며 서구 시장까지 넘보는 모습이다. 한국 게임업계도 트리플A 시장에 도전하고 있지만, 중국처럼 공격적인 투자와 다작의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김용에서 아서왕까지”…독창성·완성도 모두 높아져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검은 신화: 오공’ 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GAME ‘팬텀 블레이드 제로’ ▲이클립스 글로우게임즈 ‘타이드 오브 어나힐레이션’ ▲넷이즈 ‘연운십육성’ ▲중국 린즈게임즈 ‘명말: 공허의 깃털’ CreateAI(전 TuSimple) 스튜디오 ‘김용군협전’ 등 대형 프로젝트가 콘솔과 PC 플랫폼을 겨냥해 개발 중이다.
‘원신’으로 유명한 호요버스 역시 기존 서브컬처 스타일에서 벗어나 극사실적 그래픽을 앞세운 언리얼 엔진 기반 트리플A 게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게임업계가 콘솔·PC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 게임사의 트리플A 게임은 개성을 뚜렷하게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팬텀 블레이드 제로’는 홍콩 무협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초고속 검술 액션이 특징인 세미 오픈월드 액션 RPG(역할수행게임)로, PS5(플레이스테이션5)와 PC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최근 공개된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면 독특한 스팀펑크+무협 세계관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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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드 오브 어나힐레이션’은 아서왕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로, 원탁의 기사들을 소환해 전투를 펼치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특히 최근 소니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공개된 이후 이번 쇼케이스에서 가장 주목받은 게임으로 꼽힌다.
‘연운십육성’은 중국 오대십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무협 액션 RPG로, 전통 무술과 초능력이 결합된 전투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명말: 공허의 깃털’은 명나라 말기 촉 땅을 배경으로 한 소울라이크 액션 RPG로, 파벌 분쟁과 수수께끼의 질병이 만들어내는 괴생명체와 싸우는 스토리를 다뤘다. 탐험과 생존 요소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김용군협전’은 중국 유명 무협 작가 김용(金庸)의 소설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오픈월드 무협 RPG로, 사실적인 그래픽과 원작 속 다양한 무공을 체험할 수 있다.
중국 게임업계의 중심에는 ‘검은 신화: 오공’이 있다. 중국 게임 사이언스(Game Science)가 개발한 이 게임은 지난해 출시 직후 스팀 동시 접속자 수 240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2위에 올랐고, 한 달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2000만장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스팀 어워드에서 ‘올해의 게임(GOTY)’을 포함한 3관왕을 차지했고,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에서도 GOTY를 수상했다. 더 게임 어워드 2024에서는 최고의 액션 게임과 플레이어스 보이스 부문에서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단순한 흥행을 넘어, 중국 게임업계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韓 게임업계, 트리플A 게임 투자 규모 부족”
한국 게임업계도 트리플A 시장을 겨냥한 게임을 개발 중이지만, 중국 게임사들이 연이어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시장을 장악하는 속도와 비교하면 아직 차이가 크다. 다만, 시프트업과 네오위즈가 국산 트리플A 게임의 길을 열면서 반격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시프트업이 지난해 PS5 독점작으로 출시한 ‘스텔라 블레이드’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국산 트리플A 게임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오는 2027년 이후 출시를 목표로 차기작 ‘프로젝트 위치스(Project Witches)’도 개발 중이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200만장 이상 판매되며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존재감을 확보했다. 현재 ‘P의 거짓’ DLC(추가 콘텐츠 버전) 출시와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의 ‘SF 생존 호러 신작’이 개발 중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넥슨 역시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퍼스트 디센던트’에 이어 트리플A급 후속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을 다음 달 28일 출시하면서 시장 공략을 이어간다. ‘카잔’은 지난해 ‘지스타 2024’에서 국내외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보다 높은 완성도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펄어비스의 ‘붉은사막’도 글로벌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그러나 중국 게임사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이어 발표하며 트리플A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규모와 속도에서 차이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게임사들이 수천억원대 예산을 투입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모바일 중심 기조를 유지하며 소규모 개발팀 위주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어 경쟁력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게임이 한국보다 한 단계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기술력, 그래픽, 게임성 측면에서 대등하거나 일부 분야에서는 앞서가는 수준까지 성장했다”며 “한국 게임사들도 획일적인 양산형 모바일 게임에서 벗어나 콘솔·PC 시장을 겨냥한 대형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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