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기업들의 IT 예산 중 인공지능(AI) 관련 지출의 비중은 지난 해보다 평균 3.3배 높아졌고 한국은 6.2배 증가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에 대한 기대 투자수익률은 평균 3.6배로, 수익성 부분이 AI 투자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노버는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CIO 플레이북(Playbook) 2025, It’s Time for AI-nomics’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레노버가 소개한 ‘CIO 플레이북 2025’는 레노버가 의뢰하고 시장조사기관 IDC가 데이터를 수집해 제작된 보고서로, 아태지역 12개 시장 내 IT 및 비즈니스 의사결정권자 900명을 포함한 전세계 2900명 이상의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국 기업들의 AI 관련 지출 비중 6.2배 커져, 기대 투자수익률은 ‘3.6배’
수미르 바티아(Sumir Bhatia) 레노버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그룹(ISG) 아시아태평양 사장은 “현재 기업들이 AI 도입을 위한 초기 경쟁 단계를 지나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IT 기반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규제 준수 개선은 지난해 대비 우선순위가 크게 올라 올해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반면 지난해 최우선 과제였던 ‘최신 AI 기술 적용’은 올해 6위로 내려간 모습을 보였다.
AI 전환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다. 이미 응답자의 44%는 AI 전환을 진행 중이고 39%는 12개월 내 전환에 착수할 예정이라 응답했다. 하지만 이미 AI 전환을 진행 중인 경우라도 전환의 수준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 정도만이 조직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AI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I에 대한 기업 경영진들의 인식은 52%가 대체로 긍정적, 12%가 적극 긍정적으로 응답한 것으로 소개됐다. 현재 기업에서의 ‘AI 전환’이 적용된 부문은 IT 운영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보안 운영 등 ‘백오피스’ 영역이 많으며 공급망 관리나 직원 생산성 향상에도 많이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아시아태평양 기업들의 IT 예산 중 AI 관련 지출의 비중은 지난 해보다 평균 3.3배 높아져 기업들의 AI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글로벌 평균보다 비중 변화가 더 컸다. 한국은 6.2배로 큰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투자 증가는 주로 AI 지원 인프라와 데이터 통합 등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외에도, AI 이니셔티브에 대한 투자수익률 기대는 평균 3.6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미르 바티아 사장은 “AI의 변화가 인프라의 변화를 이끌고, 인프라의 변화는 AI의 변화를 이끄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데이터에 가까운 곳에서 AI를 실행하고자 하는 요구가 커지며 엣지의 영향도 늘어나고 있다”며 “고객들은 이전에는 모두 AI 도입에 뛰어들었다면, 이제는 특정 영역에 맞춘 기대 효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군별로 AI 활용 형태와 특징 모두 달라
매트 코드링턴(Matt Codrington) 레노버 그레이터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은 “올해 AI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년 대비 크게 늘었으며 헬스케어에서는 5.3배까지 늘었다. 이는 점진적으로 AI의 활용에 대한 경쟁력이나 혜택들이 더 널리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 기업의 절반 정도는 파일럿 단계로, 통합과 기존 레거시 시스템에 관련된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루스케일 등의 유연한 소비모델이 기업의 AI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 보험, 서비스 및 IT(BFSI) 영역은 AI를 활용한 ‘초개인화’를 추구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는 리스크 관리와 여신관리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제조업은 AI 기술이 공급망 강화와 예방보전 강화, 다운타임 감소와 자산관리 활성화 등에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트 코드링턴 부사장은 “해석형 AI가 제품의 출시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고 혁신을 가속화하며 AI가 사람을 도와 생산 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의사 결정을 돕는 ‘5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신업에서 AI는 네트워크 최적화와 고객경험 강화에 활용됨을 넘어, 향후에는 고객지원 외에도 공급망 관리 등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분산 환경의 운영에서 지연시간 문제에 대한 해결이 과제로 꼽혔다.
소매업에서는 AI가 공급망 최적화나 비용절감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고객경험의 초개인화에도 AI가 적용되고 마케팅이나 영업, 서비스에 걸쳐 의사결정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주로 로컬에서의 수행과 보안에 대한 요구에 맞춘 ‘하이브리드’ 모델이 활용될 것으로 언급했다.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원격의료 플랫폼을 활용해 건강 격차를 극복하는 데서, 레거시 시스템과의 통합과 인력의 수준 향상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확장성과 유연성 때문에 퍼블릭 클라우드의 선호도가 높은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반면 정부 영역은 규제 준수와 보안,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혔다. 이상거래감지나 희소자원 배분 등에 예측형 AI를 사용하고, 시민 서비스의 초개인화나 행정 업무의 자동화 등에도 AI를 활용한다고 언급했다. 인프라 구성에서는 퍼블릭 클라우드보다는 프라이빗이나 하이브리드, 서비스형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시장 투자 의향 높아, 과제는 ‘데이터 통합’
신규식 한국레노버 대표는 “한국은 AI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IT 투자에서 AI에 투자하는 비중의 증가세 또한 6.2배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높다”며 “향후 12개월 내 AI 사용 시작 계획 중인 기업이 63%일 정도로 기업들이 AI를 전사적으로 도입하지만 실제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떻게 도움을 받을지는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 의향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고민하고 있는 이유로는 AI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자원’ 부족을 꼽았다.
신규식 대표는 “특히 ‘데이터’가 중요하다. 여러 군데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서 AI가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쌓을 때도 AI가 활용 가능한 형태로 쌓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도 국내 CIO의 37%가 데이터 관리 기능 강화를 핵심 개선 과제로 꼽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데이터 중심 전략 강화, 빠른 성장을 위한 단계적 실행, 연계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 등 세 가지를 중요 과제로 꼽았다. 특히 ‘단계적 실행’에서는 “AI 도입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데이터 전환과 도메인 전문성 적용 등의 과정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여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연계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서는 “모든 부서가 협력하고 산업군의 데이터를 통합하는 것이 필요한 만큼, 팀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서 레노버의 전략은 내부적으로는 ‘원 레노버’, 외부적으로는 ‘솔루션 변혁’을 꼽았다. 이 중 ‘원 레노버’는 엣지부터 클라우드까지 고객에 필요한 모든 디바이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내부 조직간의 매끄러운 협력을 구현하는 것이다. ‘솔루션 변혁’은 외부 글로벌, 지역 소프트웨어 개발사(ISV)와 협력해 고객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전략이며 좋은 AI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을 발굴하고 협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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