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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인도 시장을 겨냥해 만든 ‘맞춤형 전기차’ 크레타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 내 입지를 강화해 글로벌 불확실성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16일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L)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현지 전략형 모델인 크레타(전기차 포함)는 올해 1월 1만 8522대 판매돼 인도 내 최고 인기 차종 3위에 올랐다. 지난해 판매 순위(5위)보다 두 계단이나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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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의 판매 급증에는 올해 1월 출시한 크레타EV가 ‘효자’ 역할을 했다. 특히 뛰어난 성능에도 가격 경쟁력이 높아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크레타EV의 시작 가격을 179만 9000루피(약 2986만 원)로 확정했는데 출시 전 인도 현지 매체들이 예상했던 가격인 200만~250만 루피(3300만~4100만 원)보다 최소 10% 이상 저렴하다. 도요타·스즈키 등 일본 기업과 현지 자동차 업계가 점유율 확보에 사활을 건 점을 고려해 가격 책정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타EV가 인도 시장에 최적화한 모델로 설계된 점도 주효했다. 인도의 대가족 문화를 반영해 뒷자리 공간을 넓게 배치했고 열악한 도로 사정을 감안해 서스펜션을 개선,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73㎞(항속형 모델 기준)를 주행하도록 설계해 이동 거리가 긴 현지인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기아(000270) 역시 1500만 원대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로스 양산에 돌입하며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시로스는 정보기술(IT) 강국인 인도의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스마트 커넥티비티 등 첨단 사양을 대거 탑재했다. 한 차량에 많은 인원이 탑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해 뒷좌석에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기능을 적용해 실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현대차는 삼륜차 등 초소형 전기모빌리티 분야로의 영토 확장도 추진한다. 지난달 ‘인도 마이크로모빌리티 비전’과 함께 삼륜·사륜 전기차 콘셉트 모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좁은 차체로 복잡한 인도의 도로에 대응할 뿐 아니라 차체 높이를 조절해 장마철 물에 잠긴 도로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고온다습한 기후 환경을 반영해 열 전도율 감소용 페인트 사용도 검토한다. 구체적인 양산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0년 5000대 수준에 불과했던 인도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1만 5000대, 2022년 4만 8000대, 2023년 9만 대로 매년 2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인도의 전기차 시장이 2032년까지 연평균 22.4%씩 성장해 1177억 8000만 달러(약 170조 39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3년째 판매 신기록을 세우며 인도 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22년 70만 811대에서 2023년 76만 5786대, 지난해 79만 7463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인도 내 브랜드 점유율은 약 20%로 스즈키에 이은 2위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짙어지며 시장 다각화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잠재력이 큰 인도 시장에서 입지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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