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브랜드 첫 픽업트럭 ‘더 기아 타스만(이하 타스만)’으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타스만의 등장으로 KG 모빌리티는(이하 KMG)은 자사 픽업트럭 브랜드 첫 번째 모델 ‘무쏘 EV’로 응수하며 두 브랜드의 접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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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M은 쌍용자동차 시절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칸 등 픽업트럭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픽업트럭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픽업트럭 대중화에 앞장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제로 렉스턴 스포츠 및 칸은 지난해 1만2231대가 판매되며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의 8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가운데 기아가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시장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사실상 국산 픽업트럭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KGM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기아는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2024 제다 국제 모터쇼’에서 픽업트럭 ‘타스만’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타스만은 ‘삶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Dive into a New Dimension)’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개발된 기아의 핵심 신차이자 브랜드 최초의 픽업트럭이다. 타스만의 등장에 업계에서는 기아가 신모델이 많지 않은 픽업트럭 시장에 신선함을 더해 판매량을 확대하고 새로운 세그먼트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는 타스만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에는 4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국내를 포함해 미국, 스웨덴, 호주, 중동 등에서 1777종에 달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차명은 호주 최남단에 위치한 타스마니아와 타스만 해협에서 따 왔다. 대담한 개척 정신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섬의 이미지를 투영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기아 타스만은 글로벌에서 성능을 입증한 모하비 플랫폼을 기반으로 완성됐다. 가솔린 2.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타스만은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킬로그램미터(㎏·m)를 발휘한다. 연료효율성은 복합연비를 기준으로 리터(ℓ)당 8.6킬로미터(㎞)다.
여기에 최대 3500킬로그램(㎏)까지 견인할 수 있는 토잉(towing) 성능을 갖췄으며 견인 중량에 따라 변속 패턴을 차별화하는 토우(tow) 모드를 적용해 승차감 및 변속감, 연료효율성을 최적화했다. 또 공기 흡입구를 전면이 아닌 측면 펜더 내부 상단에 탑재해 최대 800밀리미터(㎜) 깊이의 물을 시속 7킬로미터(㎞)로 도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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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오프로드 성능에 초점을 맞춘 ‘X-프로’도 함께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타스만 X-프로는 기본 모델 대비 28㎜ 높은 252㎜ 최저 지상고를 갖췄으며 올-터레인(All-terrain) 타이어를 적용해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향상했다. 또 ▲좌우 차동기어를 잠궈 양쪽 바퀴의 속도를 동일하게 해주는 ‘전자식 차동기어 잠금장치(e-LD)’ ▲엔진 토크와 브레이크 유압 제어를 통해 저속 주행을 유지하는 ‘X-TREK(트렉)’ ▲산악 지형에 특화된 터레인 모드인 ‘락(Rock)’ 모드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차량 전방 하부 노면을 보여주는 ‘그라운드 뷰 모니터’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오일 온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프로드 페이지’ 등의 전용 사양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 타스만은 KGM 렉스턴 스포츠 대비 오프로드 성능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렉스턴 스포츠&칸이 아닌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의 수입 픽업트럭과 직접적인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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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타스만의 등장에 KGM은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KGM은 지난 1월 24일 픽업트럭 브랜드 ‘무쏘(MUSSO)’를 공식 출범하며 과거 픽업트럭의 시초였던 무쏘를 부활시킨다고 밝혔다.
무쏘는 지난 1993년 KGM의 전신인 쌍용자동차의 대표 모델로 SUV 시장에서 명성을 떨치게 도와준 모델이기도 하다. KGM은 그런 무쏘의 정신을 이어받아 픽업 본연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합리적이고 실용성을 통해 픽업 시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무쏘라는 이름은 순우리말 ‘무소’를 경음화한 것으로 강인한 힘과 웅장함, 당당함을 상징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무쏘 브랜드의 첫 번째 모델은 무쏘 EV로 국내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이다. 무쏘 EV는 지난해 12월 환경부 인증을 완료하는 등 출시 준비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14일에는 외관 디자인을 공개했으며 1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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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인증에 따르면 무쏘 EV는 80.7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리튬인산철(LEP) 배터리를 탑재해 복합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401㎞를 확보했다.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가능거리는 각각 435㎞, 357㎞며 저온의 경우 357㎞(도심 333㎞ 고속 386㎞)다.
무쏘 EV는 자사의 전기 SUV 토레스 EVX와 같은 PE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글 모터 2WD 모델 기준 최고출력은 207마력이다. 향후에는 주행 상황에 따라 전.후륜 구동 전환이 가능한 듀얼 모터 4WD 모델도 추가될 예정이다. 무쏘 EV의 적재중량은 500㎏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공차중량은 2155㎏이다. 여기에 V2L 등 EV 특화 사양도 탑재된다.
기아 타스만과 KGM 무쏘 EV를 향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 자체의 규모가 줄고 있어 녹록지 않다는 게 이유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지난 2019년 4만2825대를 기록한 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신규 등록 대수는 1만3954대로 전년 대비 25.3% 감소했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2만대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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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트럭의 용도 역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픽업트럭의 수요층은 대부분 자영업자다. 업계는 자영업자의 경우 경기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신차가 투입되더라도 뚜렷한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신차 투입에 보수적인 픽업트럭에 전기 픽업트럭과 새 모델이 투입되는 것은 신선함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수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타스만의 가격대는 기존 렉스턴 스포츠&칸 대비 높고 전기 픽업트럭까지 합세하기 때문에 KGM을 넘어설 수 있을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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