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Civilization)은 “인류가 이룩한 비교적 높은 수준의 물질적·기술적·사회 조직적인 발전”을 뜻합니다.
그리고 문명은 이 문명의 의미를 그대로 이뤄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죠.
유저는 역사 속 한 획을 그은 위인들 중 한 명을 선택해 그들의 고유 문명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경제, 문화, 군사를 점차 성장시켜 나가며 고대문명에서 점차 근대 문명으로 발전해가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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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다른 문명간 충돌은 불가피 합니다. 인접 문명과 좋은 관계를 맺거나 적대시해 정벌할 수도 있죠. 물론 결국에는 모든 문명을 집어삼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 과정에서 영리한 외교는 절대적이기에 전략적인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성장과 경쟁의 재미를 제대로 구현했기에 문명은 지독한 중독성을 가진 게임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손을 대는 순간 일상 생활과는 이별을 고하게 될 정도로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는 뜻이죠.
이처럼 모두가 두려워하면서도 그 어떤 게임보다 반기는 문명이 시리즈 7번째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높은 초반 진입장벽
사실 필자의 경우 문명은 이번 문명7이 첫경험입니다. 일단 건들면 인생 망친다라는 주변의 만류에 그동안 선뜻 플레이 해볼 엄두를 못 내고 있었죠.
일단 한국어 더빙이라는 점은 무척 반가웠습니다. 물론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 아니기에 대사량 자체가 그리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러 텍스트를 봐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자막을 안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덜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BGM역시 상당한 수준입니다. 각 문명에 따라 고유의 음악이 흐르는데 몽골제국의 경우 흐미(몽골 고유의 창법)로 이루어진 BGM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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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게임이 항상 그렇듯 초반 쏟아지는 상당량의 정보를 파악하는데 애를 써야 합니다. 어떤 건물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투 유닛은 어느 타이밍에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지, 자원에 따른 생산량 조절은 어떤 방식으로 잡아가야 하는지, 주변 국가와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등 전작을 해보지 않은 유저에게는 초반 허들이 상당히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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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튜토리얼이 허술하지는 않고 설명도 잘 되어 있지만 직접 부딪혀보지 않으면 방향성을 잡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즉 이것저것 찍어보고 싸워봐야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게 감을 잡아가면서 왕국을 팽창하게 됩니다. 주변의 다른 문명들과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반목하다 보면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게 됩니다.
문화 선택의 딜레마
새로운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발생하는 가장 큰 변화는 문화 선택입니다. 문명7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문화 선택은 선택한 지도자는 그대로 계승되지만 이에 반해 완전히 다른 문화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필자의 경우 중동의 패자 크세르크세스를 선택해 페르시아 제국을 성장시켜 나가다가 대항해시대에서는 몽골 제국을 선택해 완전히 다른 문화로 변화를 가져갔죠.
삼국지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은 일정 정도의 세력을 이루게 되면 그때부터 지루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미 탄탄해진 세력에 적들은 쉽게 침공을 하지 못하고 설사 침공한다 해도 쉽게 막아낼 수 있죠. 또한 어떻게 생산을 하고 어떻게 전투를 해야 하는지 이미 패턴화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통일에 다가갈수록 흥미가 떨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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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7의 문화 선택은 이런 장르에서 오는 필연적 패턴화를 해소시키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라 여겨집니다. 완전히 다른 문화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마치 2회차를 하는 듯 신선한 자극을 주려는 의도인 것이죠.
그런 의도는 일정부분 성공한 것 같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에서 몽골 제국으로의 변화에 신선한 자극을 받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영웅은 그대로인데 문화만 바뀐다는 것에 있습니다. 중동 지역의 영웅 크세르크세스가 일순간 몽골 제국의 리더가 되는 상황이 상당히 어색했습니다. 물론 게임이라는 상상 속 세상에서 이런 저런 판타지적 설정이 용인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도 있지만, 등장인물, 문명 모두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파격적인 변화는 수긍이 어렵고 그로 인해 게임에 대한 몰입감도 떨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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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초보자들에게는 이런 신선함은 결코 달갑지 않아 보인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어느정도 세력을 형성하며 게임에 익숙해질 무렵 완전히 다른 문화로의 전환은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풀어야 하는 느낌을 줍니다. 선택한 세력의 특징 파악부터 시작해 건물과 전투 유닛의 특성 등 또 다시 알아야 할 것들이 쏟아지는 것이죠.
마치 겨우 허들을 넘어서 이제 시원하게 다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또 다른 허들이 보이는 격입니다. 문명 초보자에게 있어 문화 선택의 신선함이 반대로 문명7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뇌를 사용하는 재미
서두에 언급했듯이 문명은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풋볼 매니저와 함께 3대 악마의 게임으로 불립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생순삭’, ‘폐인 양성 게임’과 같은 자극적인 수식어를 달고 있는 3대 악마 게임이 기대만큼 중독적이지 않았다는 점에 약간은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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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는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게임의 재미 역시 변해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가장 유행하는 장르는 소울라이크입니다. 적의 공격 패턴을 익히고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처하는 것으로 재미를 만들었죠. 빠르고 자극적이고 단순한 순발력을 요구하는 장르입니다.
문명7이 주는 재미는 이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게임 진행도 다소 느리고 지금 당장보다는 나중을 생각하며 행동해야 합니다. 마우스 클릭이 컨트롤의 전부일만큼 현란한 컨트롤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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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자극적이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으며 몸은 편하지만 반대로 뇌는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지금 유행하는 자극과는 완전히 다른 자극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이전 문명과는 중독성의 수준이 달라져 보이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비록 예전과 같은 파괴력은 없다 해도 문명7은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순간적인 자극이 주는 재미가 아닌 배우고 예측하고 만들어가는 재미는 분명 지금은 드문 재미이기 때문입니다.
추천
– 색다른 재미를 즐기고 싶다면
– 슴슴해도 전략적 사고가 주는 재미를 좋아한다면
– 게임을 위한 공부를 재미로 느낀다면
비추천
– 게임을 위한 공부가 부담스럽다면
– 마우스 클릭만으로는 성이 안 찬다면
– 전략보다는 액션에 더 관심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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