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링크트인 계정을 찾아 협력을 고대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링크트인 화면 캡처](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4377e517-faf6-4a59-8922-425b1d6b1c65.jpeg)
“우리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공간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지난주 조주완 LG전자 사장의 링크트인 계정을 찾은 나델라 CEO는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조 사장은 “우리의 파트너십과 그것이 보유한 잠재력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여정을 기대한다”고 화답했습니다.
두 CEO의 이 같은 대화에 LG전자와 MS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LG전자와 MS는 지난달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5’에서 이동형 AI홈 허브인 ‘AI 에이전트’(프로젝트명 Q9)를 개발하고, 이를 고도화하는 협력 계획을 밝혔습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수장들과 연쇄적으로 회동하며, 글로벌 경영에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만나 혼합현실(XR) 기기 협력을 논의했고, 같은 해 5월과 7월에는 각각 나델라 CEO와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를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 호주·북미법인장 출신… “글로벌 네트워크·언어 능력이 주효”
조 사장의 행보는 전임 LG전자 CEO들과 확연히 대조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역대 LG전자 CEO들은 주로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습니다. 글로벌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보다는 가전 등 LG전자의 기존 사업에 집중했던 것입니다.
일례로 조성진 전 부회장의 경우 LG전자의 세탁기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은 ‘기술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MS, 벤츠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기존 사업의 초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반면 LG에서 근무하는 기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 조주완 사장은 글로벌 감각과 언어 능력 등이 글로벌 빅테크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 사장은 DA사업본부 해외사업전략그룹장과 캐나다법인장, 호주법인장, 미국법인장, 북미지역대표 겸 법인장(부사장) 등을 거친 ‘글로벌 전략가’로 통합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오랜 해외 근무 경험을 갖고 있는 조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접점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에서 발언하고 있다./LG전자 제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7c81897b-7054-4a09-bd71-c30580f59954.jpeg)
◇ “빅테크와 손잡고 AI 시장서 돌파구 마련”
AI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점도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꼽힙니다. TV 등 LG전자의 전통적인 텃밭은 중국 등 경쟁 기업들이 잠식하면서 이를 방어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3대 TV 브랜드인 TCL·하이센스·샤오미의 올해 3분기까지 전체 TV 시장 점유율(수량 기준)은 30.1%으로, 삼성전자(18.1%)와 LG전자(11.3%)를 합한 점유율(29.4%)을 뛰어넘었습니다.
LG전자의 실적에도 이러한 현상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TV와 가전 사업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면서 3년 연속 4분기 적자(본사 기준)를 기록했습니다. 가전 사업이 수년간 정체기에 빠진 가운데, 중국 기업의 영향력까지 커지면서 수익성을 제고할 방안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해 급성장하고 있는 AI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가전 사업이 점차 위축되면서 LG전자가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메타와 퀄컴 등 빅테크 기업들이 LG전자를 찾는 이유가 B2C 가전 사업의 경쟁력에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이들 기업과 손잡고 AI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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