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172%, 원두는 102% 인상…작년 이어 연초에도 원자재 폭등
고환율까지 겹쳐 사업 계획 수정도 검토
유통망 확대하고 미국 등지로 생산기지 이전해 부담 상쇄
새해부터 식음료·패션·뷰티 등 소비재 분야에서 너나할 것 없이 줄줄이 가격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원부자재비가 상승한데다 고환율과 인건비 상승 등 3고(高)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주요 식품사들은 지난해 말 세운 사업계획 조정도 검토 중이며, 한차례 인상을 단행한 품목들의 추가 인상까지도 진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더욱이 트럼프발 관세 정책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고환율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해외 유통망을 확대하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다. 해외 진출이 힘든 품목은 마케팅 투자를 늘려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 예정이다.
◇ 새해 들어 식음료 릴레이 가격인상
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 식음료 업계를 중심으로 유통가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일 영유아식품업체 베베쿡은 4년 만에 이유식 제품 가격을 팩당 100~200원 인상했다. SPC 파리바게뜨도 올해 들어 제주국제공항에서 판매하는 마음샌드 가격을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12.5% 올렸다. 오뚜기는 지난 1일부터 컵밥 7종, 옛날 사골곰탕 제품(500g) 가격을 각각 12.5%, 20% 인상했다.
특히 커피업계의 가격 인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와 폴바셋, 할리스 등은 설 연휴를 앞두고 커피 음료 가격을 약 200원~400원 올렸다. 지난 3일에는 저가 커피 브랜드 컴포즈커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300원 올렸다. 네스프레소도 지난달 1일부터 국내에서 판매하는 버츄오커피 캡슐 제품 37종의 가격을 올렸다.
◇ 코코아·원두 등 원재료 가격 전년 대비 두세배 껑충… 연초에도 원자재 인상 이어져
식품 업계는 전반적으로 지난해부터 지속된 원재료 가격 폭등,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 압박을 받아 왔다. 원재료 가격 자체가 대폭 오른 상황에서 연초에도 두드러진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예기치 않은 탄핵정국으로 환율까지 뛰어오르다보니 말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재료비 부담만 몇 배가 오르게 된 셈이다. 밀과 콩 등 대부분의 곡물을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는 식품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원당, 원맥 소비가 큰 주요 식품사들은 지난해 말 세운 사업계획 조정까지 검토 중이다.
농립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코코아 국제 선물 거래가격 역시 1톤당 1만1675달러(약 1690만 원)로 전년 대비 172% 폭등했다. 라면, 빵, 과자에 들어가는 팜유 가격은 1년 사이 18% 올랐다. 올해도 원자재 인상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곡물 등 식콩(대두)은 연초보다 4.5% 상승한 부셸(27.2㎏)당 10.44달러, 밀(소맥)도 연초보다 3.8% 오른 부셸당 5.67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커피업계가 가격 인상에 나선 건 고환율에 커피 원두 가격 급등이 겹친 영향이다.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아라비카 원두 생산국 브라질과 로부스타 원두 생산국 베트남 모두 지난해 폭우와 가뭄을 겪으며 작황의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3일 미국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아라비카,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톤당 8397달러, 5534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102.2%, 77% 상승했다.
고환율 기조도 이어질 전망이다. 1300원선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1400원선을 넘어서며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1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넘어섰다. 지난 3일에는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에 1470원대로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의 여파로 정부의 느슨해진 관리도 릴레이 가격 인상에서 한 몫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정부는 수차례 유통업체 관계자를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며 물가 상승을 억제한 바 있기 때문이다.
◇ 추가 가격 인상까지 전망…업계는 유통망 확대로 대응
업계는 올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선호하고,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만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에 보수적인 라면·과자 생산 식품업체들은 당장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지만, 고환율이 6개월 이상 이어지면 인상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에도 환율이 급등할 때 농심·오리온 등은 시차를 두고 라면과 과자 가격을 올린 바 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환율 상승이 기업들의 비용 상승 문제를 겪게 만들고 전반적인 소비자물가를 올린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달 원·달러 평균 환율이 지난달 대비 4.3% 오른 1500원까지 급등한다면 소비자물가는 3개월 뒤 최대 7% 상승한다고 예측했다.
고환율·고물가 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품업계는 해외 진출에 집중할 전망이다. 주요 식품사 등은 신규 공장 건설과 유통망 확대 등에 나서고 있다. 해외 사업이 활성화되면 외화 수입으로 고환율 장기화 영향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관세 무기화 전략이 현실화하면서 미국 내 현지 생산 중요성도 커졌다. CJ제일제당도 미국·유럽 사업 강화를 위해 80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와 미국 사우스다코타에 신규 공장을 구축한다. SPC그룹도 텍사스 주에 미국 첫 제빵 공장을 짓는다.
이외에도 커피업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벤트, 아트 협업 등 마케팅 전략을 기반으로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커피의 경우 원두가 달라지면 맛이 변하기 때문에 공급처 다변화보다는 소비자 발길을 끌어들이기 위한 콘텐츠 개발 등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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