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DeepSeek) 로고가 AI 어시스턴트 앱과 함께 모바일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6c857f1c-ab86-495c-84a2-76c65df8a0b3.jpeg)
중국 인공지능(AI) 서비스 ‘딥시크(DeepSeek)’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전면 차단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련 주무부처들은 법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차단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 부처별 역할 불명확… 딥시크 차단 결론 안 나
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딥시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및 서비스 차단 권한이 있는 기관은 행정안전부와 함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이다. 그러나 각 기관이 저마다 소관 범위를 한정하면서, 딥시크 차단 여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직무 정지로 사실상 국정 운영의 컨트롤타워가 마비된 상황에서 이를 특정 부처 및 기관이 주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개인정보위는 현재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 방식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개보위 관계자는 “현재 딥시크의 개인정보 수집·보관 방식에 대한 상황을 파악 중이며, 지난달 31일 본사에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다”며 “설 연휴 직후 즉시 대응에 나섰으며, 현재 딥시크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정보위는 딥시크에 대한 조사를 마치더라도 서비스 자체를 차단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앱 차단 자체는 개보위 소관이 아니며, 인터넷 서비스 차단 여부는 방통위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방통위 또한 딥시크에 대한 차단 권한이 없고, 이 사안은 방심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특정 온라인 서비스나 앱을 차단하는 권한은 방통위가 아니라 방심위에 있다”며 “방심위가 딥시크가 불법 정보나 유해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웹사이트 접속 차단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심위에서 차단 결정을 내린 뒤에도 해당 업체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방통위가 행정처분이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방통위 차원에서 딥시크 차단에 대한 별도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방심위 역시 딥시크 차단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심위는 법적으로는 민간독립기구로 규정되어 있지만, 사실상 국가 행정기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방심위가 특정 서비스를 직접 차단하는 것은 아니며, 법률과 심의 규정에 따라 차단 필요성을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딥시크가 차단 대상인지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 관련 기관들의 조사 결과와 법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 일부 부처·기업, 자체적으로 딥시크 접속 제한
이처럼 관련 주무부처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일부 부처와 공공기관,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딥시크 접속을 차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군·외교·산업 기밀 유출 우려를 이유로 딥시크 접속을 차단했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4일 중앙부처 및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생성형 AI 사용 유의 공문을 발송하고 “생성형 AI 사용 시 개인정보 입력을 자제하고 AI가 생성한 내용을 무조건 신뢰하지 말 것”을 당부한 상황이다. 다만, 이는 생성형 AI 전반에 대한 주의 권고 수준으로, 딥시크를 특정해 차단하라는 지침은 아니었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딥시크 차단에 동참하고 있다. 카카오는 내부 정보 유출 우려로 사내 업무용 사용을 제한했으며, LG유플러스는 사내망에서 딥시크 접속을 차단하고 개인적 사용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삼성전자 역시 기존 보안 정책에 따라 딥시크 접속을 막고 있으며, 네이버·SK하이닉스·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도 유사한 방침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딥시크의 국내 사용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지난 4일 발표한 지난달 4주차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생성형 AI 앱’ 통계에 따르면 딥시크의 AI 어시스턴스 앱은 MAU(월간활성사용자수)가 121만명으로 챗GPT(493만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딥시크의 최신 모델인 R1은 무료인데도 불구하고 수학, 코딩, 자연어 추론 측면에서 오픈AI의 챗GPT o1과 대등한 성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서희](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273/image-4955e4e4-04e1-45fa-b3ca-6d2ee50ef1de.jpeg)
이 같은 성장세는 틱톡이 글로벌 규제 속에서도 한국에서 성공한 사례와 닮아 있다. 틱톡은 미국·유럽에서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규제 대상이 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올해 페이스북을 제치고 유튜브·인스타그램 등과 함께 최대 소셜미디어(SNS) 반열에 올랐다.
이에 딥시크 차단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한국 AI 산업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AI 개발자들이 딥시크 모델을 역분석(리버스 엔지니어링)해 백도어(악성코드) 여부를 검증하고, 이상 없는 버전을 ‘오픈 R1′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공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임종인 대통령실 사이버특별보좌관(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은 “오픈 R1 프로젝트를 통해 각국이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AI 모델을 확보할 수 있고, 한국도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현재 국내 AI 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딥시크의 기술을 활용해 한국만의 독자적 AI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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