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2019년 이후 5년 만에 1000건 이하로 떨어졌다. 병원 의료진 주도로 이뤄진 ‘연구자 임상시험’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갈등 여파로 국내 임상시험이 크게 위축되면서 개발 차질은 물론 국가 의료산업 경쟁력 하락 우려까지 제기된다.
6일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임상시험은 총 937건으로, 2023년 대비 7.7% 감소했다. 연간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1000건 이하로 떨어진 건 2019년(967건) 이후 5년 만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2/image-b69b41fd-7d1d-463c-8d20-81a469bc5b95.jpeg)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의약품 개발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개발 품목 임상시험 승인은 573건을 기록, 전년 626건과 비교해 8.4% 감소했다. 국외개발 임상시험 승인은 364건으로 6.6% 줄었다.
단계별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연구자 임상시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승인받은 연구자 임상시험은 총 66건으로 2023년(110건)과 비교해 40%나 줄었다. 연간 연구자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100건 이하로 떨어진 건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 통계가 이뤄진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임상시험 승인 축소는 의정갈등 여파로 해석된다. 지난해 2월 정부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하면서 임상시험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구자 임상시험이 크게 준 것은 의정갈등의 부정적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연구자 임상시험은 본 임상시험에 돌입하기 전 기초연구 단계에 해당한다. 임상 1~3상 시험이 제약·의료기기 등 기업 지원 아래 이뤄지는 반면 연구자 임상은 대부분 병원 의료진이 소규모 연구비를 투입해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전공의 이탈로 진료, 수술, 당직 근무까지 업무량이 많이 늘어난 교수들 입장에선 기업 지원을 받는 임상시험도 여력이 없지만 연구 목적의 ‘연구자 임상시험’은 엄두도 못 낸다는 것이다.
한 의대 교수는 “연구자 임상시험은 교수들의 연구 의지나 학술적 호기심에 기반해 시작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진료나 수술 외에 연구시간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시간은 꿈도 못 꿀 것”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승인 현황(자료: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 단위: 건)](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02/CP-2023-0082/image-a86bb1b3-c60a-4ae1-ae13-cba0fb977724.png)
일선 수련병원 현실을 고려했을 때 임상시험 위축은 더욱 심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900건이 넘는 임상시험이 승인됐지만 이중 상당수가 실제 첫발도 못 뗐거나 중단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회사 로드맵이나 주주관계 등을 고려해 실제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우선 임상시험 승인을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 “전체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현실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임상시험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이 10%에도 못 미친다. 임상시험이 차질을 빚을 경우 기초연구 위축은 물론 의약품, 의료기기 개발 일정도 미뤄진다. 무엇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리나라에서의 임상시험을 ‘패싱’하면서 임상 강국 위상도 떨어질 우려가 크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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