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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돌파구下] 삼성전자, 엔비디아·HBM 外 공략…빈틈 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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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개발한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HBM-PIM [사진제공=뉴시스]
삼성전자가 개발한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HBM-PIM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HBM 기술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브로드컴 등과의 외연 협력을 통해 AI 반도체 개발을 모색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반도체 미래 기술의 집중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실적 차이는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HBM 수요에서 비롯됐다.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4분기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퀄테스트의 연이은 통과 실패와 주력 제품인 범용 D램의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중국 업체 물량 공세로 인해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 고성능 컴퓨팅 시대, HBM 재설계 필요성

엔비디아의 GPU와 HBM의 조합은 인공지능(AI) 및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서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차세대 HBM4 개발에 지속 나서고 있다.

다만 반도체 시장이 다각화로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AI 및 고성능 컴퓨팅 시장의 재편 가능성이 있다. HBM 중심의 사업 트렌드가 변화한다면 기술력에서 뒤처지는 삼성에게 호재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HBM의 높은 가격과 낮은 효율성을 지적하며 메모리 산업의 변화를 예상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김형준 명예교수는 “데이터센터는 대량의 GPU가 필요한 만큼 이에 할당 가능한 메모리는 HBM이 제일 적절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고 전력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며 “GPU 중심의 메모리 수요는 지속될 것이며 전력 효율에서 강점을 갖는 저전력 D램(LPDDR)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23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 등 4개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23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 등 4개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브로드컴 급부상, 지형도 변화 예고

반도체 설계기업 브로드컴이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요 기업으로 떠오르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도 중요한 고객사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기업인 브로드컴은 세계 최대 맞춤형 반도체(ASIC) 설계 기업이다. 최근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로드컴에 AI 칩 개발을 맡기고 있는 추세다.

빅테크 기업들 역시 엔비디아 제품 의존을 낮추려 자체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브로드컴도 자연히 관련 시장에서 차세대 주요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의 HBM 물량을 사실상 모두 소화하고 있어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단일 고객사에만 의존하는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가 브로드컴에 HBM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메타 등의 ASIC 칩 수요 증가는 삼성전자 HBM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차기 제품인 HBM4와 이에 적용될 D1c 공정 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과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 회복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9월 브로드컴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부품을 공급하며 매년 일정 금액 이상의 물량을 구매하도록 강제했다는 이유를 들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미국 브로드컴을 상대로 반독점 행위 위반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사 간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핵심은 AI 반도체…“집중 투자해야”

다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HBM 시장에서 한 발 뒤처졌지만 여전히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 기술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AI 반도체의 집중 개발이 삼성에게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이종환 교수는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팹리스와 파운드리 분야에 투자하고 있지만 TSMC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결국 AI 반도체에 집중 투자를 해야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AI 반도체는 기술적으로 메모리와 비메모리가 결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PIM, CXL, 뉴로모픽 디바이스 등 반도체 미래 기술은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이 이 부분에 집중해 주도권을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CXL이나 PIM 기술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개화되지는 않았지만, 시장 인프라가 구축되면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들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1~2년 내에 CPU 회사들이 CXL 기반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방법도 개발 방향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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