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연초는 중고차 시장의 비수기지만 1월은 연식변경에 따른 시세 하락으로 개인 구매자들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과거와 달리 변화된 중고차를 구매 트렌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대형 세단과 수입차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소형차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는 지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30세대는 과거 과감한 지출을 지향하던 ‘욜로(YOLO, You Live Only Once)’ 소비 트렌드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수입차, 슈퍼카 등의 고가의 자동차를 구매하는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경기 불황으로 인해 소비를 줄이며 선택과 집중을 중시하는 ‘요노(YONO, You Need Only One)’ 트렌드에 따라 중고차에 대한 관심도가 대폭 늘었다.
엔카닷컴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2030세대 중고차 구매 문의는 전체 세대 비중의 절반이 넘는 54.41%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20대 구매 문의는 전년 18.8%에서 20.79%로 증가했다.
또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미만 가격대의 중고차를 가장 많이 조회하고 문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30세대 남성은 초기 중형 세단과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구매 문의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차량이 많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구매 트렌드 변화는 중고차 실거래 증가로 이어졌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중고차 누적 실거래는 234만6267대로 같은 기간 신차 등록 대수인 163만8506대 대비 1.4배 많았다. 신차 판매량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5% 감소한 반면 중고차 거래의 감소폭은 0.7%에 불과했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요노족을 포함한 2030 세대는 중고차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소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들의 실용적이고 가성비 높은 소비패턴이 시장 성장을 이끌며 경기 불황 속에서 요노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회사는 올해에도 지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2030세대가 중고차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요노족과 함께 ‘듀프 소비’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듀프 소비는 값비싼 제품의 합리적 대안을 찾는 동시에 품질과 실용성을 꼼꼼히 따져 현명한 소비를 실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새로운 소비 형태는 중고차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리본카의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연식 5년 미만, 주행거리 1만킬로미터(㎞) 이하 신차급 중고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9%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급 중고차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9% 수준이었다.
리본카 관계자는 “연식과 주행거리가 낮은 중고차는 신차 대비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 유지 보수에 대한 우려가 적기 때문에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 같은 소비 트렌드가 증가한 것은 고금리로 인해 소비자들이 실용적 대안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중고차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재판매 시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은 차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소비 방식으로 꾸준한 수요가 있어 중고차 판매 시 가격 방어율이 높은 SUV를 선택하는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리본카의 지난해 연간 SU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리본카는 대형 세단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도 중고차는 좋은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세단의 경우 신차 출고가 대비 연평균 1000~2000만원 정도의 가격 하락이 발생한다. 이를 활용하면 단기간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중고차 업계는 보증 연장 서비스, 안심 환불 서비스 등 중고차 구입 후 수리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고차 소비를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 불황, 고금리 등이 지속되면서 2030세대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신차, 대형차, 고가의 수입차 등을 찾는 비중이 적어졌다”며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 여겨 무리하게 고가의 신차를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 하락률, 차량 상태, 유지비 등을 고려해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