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새로운 형태의 전시 공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고객 접근성과 브랜드 경험 기회를 제공하며 판매량 증진을 꾀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전시 공간은 차량 구매를 위해 찾는 장소에 불과했다. 최근 자동차 전시장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며 하나의 자동차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브랜드 최초의 체험 공간 ‘현대 모터스튜디오(Hyundai Motorstudio)’를 마련하며 일찌감치 전시장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4년 5월 수입차 전시장이 즐비한 강남대로에 해당 공간을 구축했다.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의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단순히 차량을 판매하는 전시장에서 나아가 현대차의 브랜드 방향성이 반영된 공간이다.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을 본 현대차는 전국 주요 거점에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세웠다. 2017년에는 경기도 고양시에 최대 규모의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열었으며 경기도 하남시와 부산에도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차리며 고객 소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네 번째로 문을 연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은 개관 2달 만에 누적방문객이 4만명이 넘어설 정도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현대차는 2015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현대 모터스튜디오 모스크바 오픈을 시작으로 2017년 11월에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을, 2022년 6월에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스나얀 파크를 순차적으로 열었다. 이로서 현대차는 국내 4곳, 해외 7곳 등 총 7곳의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갖추고 고객과 소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는 국내 최대 규모 자동차 체험 공간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도 열었다. 충남 태안에 위치한 이 곳에서는 현대차 라인업을 이용해 역동적인 드라이빙 체험이 가능하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BMW 코리아도 인천광역시 영종도에 ‘BMW 드라이빙 센터’를 열고 고객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다. BMW 코리아는 지난 2014년 7월 770억원을 투자해 24만1780제곱미터(㎡) 규모의 드라이빙 센터를 건립했다. 축구장 33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2019년에는 130억원을 투입해 확장해 제2트랙, 조이스퀘어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또 개관 1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48억5000만원을 추가로 들여 3개월가량의 공사를 통해 BMW 그룹의 전시 콘셉트인 ‘리테일 넥스트(Retail Next)’를 적용했다. 또 각 전시 공간에 있던 벽을 허물어 각 전시 공간의 동선을 심리스하게 다듬었다. 이를 통해 방문객은 BMW의 신차는 각 브랜드의 방향성 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아울러 럭셔리 클래스 라운지와 세일즈 라운지에 한국 전통 양식을 적용했으며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비전포럼’과 ‘헤리티지 존’을 마련했다. 이 외에도 서킷 주행, 주니어 캠퍼스 등 보다 쉽고 친숙하게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톱3’에 재진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아우디코리아 역시 네트워크를 확장해 소비자에게 다가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우디코리아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장을 조성해 폭넓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먼저 플래그십 스토어 중심의 전시장 형태에서 벗어나 씨티몰 형태의 전시장을 조성한다. 이와 함께 기존 33곳의 전시장을 35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전략은 접근성을 높여 브랜드 경험을 늘려 고객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단순히 전시 형태만 바꾸는 것이 아닌 서비스 품질 향상에도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이의 일환으로 기존 32곳이었던 서비스센터를 37곳으로 늘리고 경정비와 정기점검이 가능한 24시간 비대면 형태의 서비스 스테이션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6일 한국 시장에 공식 출범한 중국 BYD 코리아는 판매량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 경험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출시 첫해이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BYD 코리아는 출범 행사 당시 뚜렷한 목표 판매량을 밝히지 않았다. 조인철 BYD 코리아 승용 부문 대표는 “올해는 판매량이 아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전기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집중할 것이다”며 “이의 일환으로 브랜드 출범에 앞서 6개 딜러사를 선정하고 전국 주요 거점에 전시장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BYD 코리아는 ▲서울 서초·양천·강서·용산 ▲인천 연수 ▲경기 수원·분당·고양·안양 ▲광주 ▲대전 ▲대구 ▲원주 ▲제주 등에 세일즈 및 서비스 거점을 운영해 전국 각지의 잠재 고객이 쉽게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브랜드 출범을 기념해 국내 고객들에게 BYD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인천광역시 중구에 있는 상상플랫폼에서 브랜드 체험 전시관을 운영한다.
BYD 브랜드 체험 전시관은 ‘함께하는 진화(Evolution Together)’를 주제로 크게 전시관과 체험관 두 가지 형태로 구성됐다.
전시관에서는 BYD와 BYD코리아 브랜드 설립 이후 성과를 파악할 수 있으며 블레이드 배터리, e플랫폼 3.0 등 핵심 기술과 함께 순수 전기 슈퍼카 U9도 전시된다.
체험관에서는 BYD 아토 3를 활용해 ▲V2L 캠핑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씽잉존 ▲키즈 클래스존 ▲나만의 에코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에코백 커스텀 존 등이 운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는 판매량에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체험형 공간과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 친화도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며 “고객이 직접 브랜드 혹은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자연스레 판매량과 연결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동반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대부분 브랜드가 자동차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조성하는 데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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