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전자부품 계열사들이 최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중장기적 전망이 어둡다는 평가가 나온다.
LG 전자부품 계열사의 맏형격인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 10여년 간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으나, 예상과 달리 시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캐시카우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LCD, 미니LED TV 시장을 집중적으로 키우면서 OLED TV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대부분의 생산능력이 TV용 OLED에 집중된 구조가 결과적으로 수요 대비 과잉 투자가 된 셈이다.
LG이노텍의 경우 수년 간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의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어왔지만,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하면서 경영상의 포트폴리오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애플 이외의 돌파구를 발굴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올해 전반적인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 LGD, 흑자전환 성공했지만 기대치 하회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8328억원, 영업이익 831억원을 기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6.9% 감소했다. 일회성 비용에 태블릿· PC용 OLED와 TV용 OLED 패널 판매 부진이 겹치면서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2542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연간 기준으로는 구조조정을 지속하며 허리띠를 졸라매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은 26조6153억원, 영업손실은 560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21조3308억원) 대비 24.8% 증가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2조5102억원)보다 2조원가량 줄었다. 전사적으로 원가 절감과 운영 효율화 활동에 집중하고 OLED 중심의 사업 구조 고도화를 추진한 결과라고 LG디스플레이 측은 설명했다.
문제는 실적 개선이 LG디스플레이의 거점 사업인 TV와 IT OLED가 아닌 스마트폰 OLED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4분기 매출의 경우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출하가 늘어나며 OLED 제품 비중이 역대 최대치인 60%를 기록했다. 반면 기대를 걸었던 IT용 OLED와 TV용 OLED 사업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역시 OLED TV 시장은 중국산 미니 LED TV와 LCD TV에 밀려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5년까지 OLED TV 비용을 효과적으로 최적화하지 못하고 더 많은 주요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하면 출하량이 600만∼650만대 사이에서 정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지난해부터 LG디스플레이가 사활을 걸었던 애플용 아이패드 OLED 패널은 소비자 시장에서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해 당초 계획했던 물량의 50% 수준밖에 납품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 애플 의존도 심화한 LG이노텍, 뒤늦은 매출 다각화
LG이노텍 역시 최대 고객사인 애플 덕분에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애플이 카메라모듈 등 핵심 부품 공급사를 다변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폰15 시리즈의 경우 LG이노텍의 부품 공급 비중이 약 70% 수준이었지만, 이후로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계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다.
LG이노텍은 작년 4분기 매출 6조6268억원, 영업이익 2479억원을 기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은 12.32%, 영업이익은 48.74% 감소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 전망했던 영업이익 컨센서스(3280억원) 대비 24%가량 낮은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21조2008억원, 영업이익 706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 줄었다.
회사 측은 기존 캐시카우인 광학솔루션사업 외에 매출 다각화를 위해 기판소재사업과 전장부품사업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지만, 전체 매출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다. 작년 4분기 광학솔루션사업이 5조768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에 반해 기판소재사업은 3833억원, 전장부품사업은 4748억원의 매출에 머물러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삼성디스플레이, BOE와 마찬가지로 8세대급 OLED 투자를 단행해 IT OLED 시장에 빠른 대응이 필요하지만 누적 적자가 심각해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LG이노텍 역시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광학솔루션사업 이외의 사업 매출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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