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첫날부터 서명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각서가 자동차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각서의 주요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강조하는 ‘불공정 무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부서가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미국의 핵심 무역 국가인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각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관련 발언은 자동차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내용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한 한국 자동차 기업과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활동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보조금부터 없앤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행정부를 비난하며, 지난 정부의 정책을 무산하기 시작했다. 그중 첫 번째가 바로 IRA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에 대해 “전기차를 다른 기술보다 우대하면서, 다른 종류의 자동차 가격이 오르게 됐으며, 개인, 민간, 기업, 정부 단체의 전기차 구매를 사실상 의무화하게 했다.”라며, “이렇듯 불공정한 보조금과 기타 정부가 강요했던 시장 왜곡을 폐지하고자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전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까지 미국의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변환하겠다는 행정명령도 함께 폐기되었다.
글로벌 전기차 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것이 트럼프 대통령 임기 첫날부터 현실이 된 것이다. 며칠 전인 1월 14일 미국 에너지부와 환경보호청에 의해 공개된 세액 공제 차량 리스트에 기아의 EV6와 EV9이 포함되어 판매량 상승을 기대했으나, 이 또한 무산되었다. 친환경차 보조금이 폐지되면 미국 전기차 제조사이자, 선두 업체인 테슬라를 제외하면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있는 모든 기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멕시코를 겨냥한 관세 폭탄
트럼프 행정부는 첫날부터 전 세계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고 답했으나, 2월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와 마약 유입 문제에 노력하지 않는다며 취임 첫날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위치한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제조사와 완성차 제조사 공장들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기아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에 연간 약 4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보유 중으로, 이 중 상당 부분이 미국으로 수출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역시 멕시코 진출하였으며, 기아와 현대의 멕시코 및 미국 공장으로 모듈과 램프 등을 공급하고 있다. 캐나다에는 가동 중인 공장은 없으나,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어엠 등 배터리 및 부품 관련 기업들이 캐나다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밖에 방법 없어
임기 첫날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기업에 난제를 안겨주었다. 게다가 이번 정권은 1기 때와 달리 훨씬 넓고 강력한 ‘미국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어, 이에 따른 전략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트럼프 취임식 때 1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친트럼프 전략을 펼치며, 관세 부과 회피를 노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결국 피해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지 생산을 늘리는 것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을 보유 중이며, 조지아주 소재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활용해 현지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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