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SAE)가 정의한 6단계(레벨 0~5)를 기준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레벨 2와 레벨 3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운전자의 개입 여부’다. 주도권이 운전자에서 자동차로 바뀌는 것이다. 레벨 3는 레벨 5 즉,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지며, 그만큼 필요시 되는 요소가 많다.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는 이미 레벨 3 자율주행 차량이 상용화되었다.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에서 레벨 3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모델이 출시되었으며, 다음 단계로 최고 속도를 높이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레벨 3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사실상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에 해당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었으나, 이러한 계획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왜 우리나라는 아직도 출시를 못 하나?
이렇듯 한국 자동차 제조사가 레벨 3 자율주행 차량 출시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자율주행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술 외에도 법률 규제 완화, 인프라 확충, 소비자의 신뢰 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레벨 3 자율주행차 관련 법적 운행 기준은 마련되었지만, 그 외 많은 요소가 갖추어지지 않는 상태다. 예를 들어, 완화된 법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에서 일반 차량과 레벨 3 자율주행 차량의 최고 제한 속도가 같지만, 이를 운영할 도로 및 통신 인프라, 지도 데이터 등이 모두 부족하다.
특히 자율주행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필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개인정보보호법이 엄격해 주행 경로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시범 운행 중인 자율주행 차량도 넓은 지역을 운행하지 못하고 지정된 구간만 빙빙 도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는 레벨 3 자율주행 차량이 출시된다고 해도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고 위험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율주행 기술은 과연 안전할까?
자율주행 기술은 사고 예방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많은 이가 안전성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레벨 3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 미국(주에 따라 다름)에서 2024년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975명)가 차량 안전성 특히, 사고 예방 능력과 돌발 상황 대응 능력에 의구심을 표했다. 또한 60%는 해당 기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시스템 고장과 기술 오류 가능성에 대한 우려였다.
2022년 한국리서치 정기조사 여론 속 여론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완전 자율주행차에 탑승하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언제든 자동차를 제어할 준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차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일을 하겠다고 답한 이는 28%에 불과했다.
자율주행 기능은 사고 발생률을 20~50%까지 줄여준다는 연구도 많으나,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학 모하메드 압델-아티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새벽이나 해 질 무렵 주변이 어두운 상황에서는 오히려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사고 가능성이 5.25배 높아지고, 교차로 등의 회전 시에도 약 2배로 증가했다.
게다가 2024년 10월, 루마니아에서 테슬라 차량이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장애물로 인식하고 이를 피하고자 옆 차선으로 방향을 바꾸다 반대편 차선에 있던 아우디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레벨 2 자율주행 차량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해외 주요 자동차 브랜드에 비해 자율주행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자, 정부도 나서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데이터 확보를 지원하는 모습이지만, 우리나라가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차량을 도입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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