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기업 LG CNS가 다음 달 5일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00대 1을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상장 후 주가가 기대만큼 긍정적일지는 미지수입니다. IT서비스 업종은 전반적으로 그룹사 의존도가 높은데, 최근 LG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밸류업 로드맵 부재 속에, 삼성SDS와 포스코DX가 겪었던 부진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수요예측 흥행에도 자금 유입 효과 제한적”
20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총 1938만주를 공모하며, 공모가를 밴드 상단인 6만1900원으로 확정했습니다. 공모 규모는 약 1조1994억원에 달하며,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LG CNS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5.6배로, 상장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동종 업계 평균(약 22배)보다 낮습니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구체적인 밸류업 로드맵 부재가 투자자들의 불안 요소로 지적됩니다. LG CNS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사업 확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성과나 중장기 성장 전략이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지난 9일 열린 IPO 간담회에서도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중장기적인 성장에 대한 세부 계획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IPO 이후 주가 흐름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LG CNS는 그룹 내 계열사 의존도가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 CNS 매출의 62.4%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LG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는 IT서비스 업종 평균보다는 낮지만, 2021년(58.3%)보다 증가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LG CNS가 외부 매출 비중 확대 없이 계열사에 더 의존하는 상황이라면 상장 후 주가 하락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3.3% 감소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고정비 증가로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LG화학은 지난해 1435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하향됐습니다.
◇ 삼성SDS·포스코DX, 계열사 의존 구조가 부른 실적·주가 부진
삼성SDS와 포스코DX의 선례는 LG CNS에 중요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삼성SDS는 매출의 60% 이상이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에서 발생하며,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습니다. 삼성SDS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11.2% 하회했고, 주가는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일주일 만에 4.3% 하락해 52주 최저치(12만2500원)에 근접했습니다.
포스코DX는 지난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 주가가 52주 신고가 대비 68% 폭락했습니다. 이에 시가총액이 10조원에서 3조원으로 급감하며,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편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포스코DX 역시 매출 구조가 포스코 실적에 크게 의존하며, 철강 업황 침체와 조강 생산량 감소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시스템통합(SI)과 IT아웃소싱(ITO) 사업이 성수기임에도 캡티브(그룹사) 고객의 투자 방향성으로 인해 매출이 다소 부진할 것”이라며 “(올해) 경기 둔화로 SI 사업 매출이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반면 현대오토에버는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장과 실적 호조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최근 엔비디아와 AI 기반 모빌리티 분야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현대차 주가는 6% 이상 상승했고 현대오토에버 주가도 7% 이상 급등했습니다.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LG CNS가 다른 경쟁사 사례처럼 계열사 실적과 업황에 따라 상장 후 주가가 부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외부 매출 비중을 더 늘리고, 그룹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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