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5에서 ‘비만치료제 성장’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비만치료제 ‘기술’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비만치료제의 혁신적 발전과 함께 성장 가능성이 강조됐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에서 다뤄진 주요 주제 중 하나는 비만치료제 시장 급성장이었다. 놀라운 성장 속에서도 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매출이 시장의 높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빅파마들은 비만치료제 시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CEO는 메인트랙 발표에서 “2024년 회사 매출이 32% 성장했지만, 이는 회사나 투자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수치”라며 “하지만 이번 회계연도는 이 산업에서 크기, 규모, 성장률 면에서 전례 없는 해였다”고 설명했다.
일라이릴리는 4분기 매출 전망을 약 135억 달러로 수정했는데, 이는 이전 매출 전망치보다 약 4억 달러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릭스 CEO는 이같은 상황이 비만치료제 수요 둔화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이 초기단계라면서 “비만치료제 성공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계속 개척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는 경구용 젭바운드 임상시험 3상 결과를 올해 2분기 공개한다. 릭스 CEO는 “경구용 젭바운드의 임상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오면, 몇 주 안에 허가 신청을 진행해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 등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일라이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다.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약 6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10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도 이 시장에 재도전장을 냈다. 주사제형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구용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메인트랙 발표에서 “비만치료제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다누글리프론 3상 연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누글리프론은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작용제다.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와 일라이릴리 젭바운드와 유사한 기전이다. 그러나 주사제인 기존 약물과 달리, 먹는 약인 경구용으로 설계됐다.
불라 CEO는 “2023년 12월 2회 복용 버전의 프로그램이 중단된 후 하루 한 번 복용 버전으로 전환했다”면서 “환자에게 보다 편리한 대안(경구 약물)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비만치료제 여러 용량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2023년 말 하루 두 번 복용하는 버전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콘퍼런스에서는 비만치료제가 단순한 체중 관리 도구를 넘어, 헬스케어 시스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논의됐다. 또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 시장에서도 잠재력이 큰 분야로 주목받았다. 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제약사들은 신흥 시장을 타깃으로 적극적인 마케팅과 현지화 전략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국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개발과 시장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몇몇 한국 기업들은 이번 행사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 기회를 모색하며, GLP-1 기반 신약 개발 및 파트너십 논의를 진행했다.
한미약품은 비만치료제로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삼중 작용제인 ‘HM15275’, 지방은 감소하고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HM17321’ 등을 개발하고 있다.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은 간담회에서 “한미약품 비만치료제는 확신한 경쟁력이 있고 많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관심을 보이며 미팅했다”면서 “환자 특성에 맞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으로 심혈관계 위험이 높은 비만 환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지방간 등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삼중 작용제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비만치료제와 디지털 치료기기(DTx) 융합도 추진한다. 최 센터장은 “비만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생활 습관으로 이를 관리하는게 중요하다”면서 “환자의 규칙적 생활과 운동 등을 돕는 디지털 기술과 비만치료제를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3상 임상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2026년 하반기 출시되면 이후 DTx와 연계해 앱을 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는 기존에 없던 시장이 열린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열풍이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올해 콘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등도 다뤄졌다. AI 기술이 신약 개발, 임상시험 최적화 및 비용 절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엔비디아 및 주요 데이터 기업들이 AI 활용 사례를 발표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오프 더 레이더(On-the-radar)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시장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희귀의약품 지정 수가 증가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올해 비만치료제 외에도 희귀질환 관련 미팅이 유독 많았다”면서 “희귀질환이 갖고 있는 유니크한 특징들 때문인 거 같고, 중간 규모 이상의 파마들이 관심을 많이 보여 특화된 미팅을 했다”고 전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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