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 기업 샤오미가 최신 스마트폰과 로봇청소기, TV 등 신제품을 대거 공개하며 국내 소비자 가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도 16일 한국 시장에 상륙한다. 이미 로봇청소기와 TV 등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 소비자의 호응을 얻은 중국 기업이 이에 자신감을 얻어 스마트폰, 전기차 등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중국 기업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 로봇청소기, TV 이어 스마트폰, 전기차 공습
샤오미는 15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신 스마트폰 2종과 로봇청소기 1종, TV 4종, 웨어러블 기기 3종 등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샤오미는 이달 한국 지사인 샤오미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에 공식 온라인몰을 여는 등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이날 공개된 샤오미의 최신 스마트폰 ‘14T’는 샤오미의 ‘가성비 높은 보급형 제품’ 이미지를 벗어난 고성능 제품을 표방한다. 14T에는 독일의 프리미엄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와 공동 개발한 렌즈가 적용됐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인 제미나이를 탑재하고 삼성전자의 갤럭시S24에 도입된 ‘서클 투 서치’ 기능을 담아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만으로 손쉽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AI 통역사를 활용하면 대면 대화, 전화 통화, 온라인 회의 등에서 실시간 통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은 대략 60만 원대 초반으로 애플이나 삼성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정가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22일 출시되는 ‘레드미노트14 프로 5G’는 누적 판매량 4억2000만 대를 달성한 보급형 레드미노트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200메가픽셀 AI카메라와 충격 흡수 구조인 ‘올스타 아머’를 적용해 플래그십 제품 수준의 하드웨어를 갖췄다.
비야디도 16일 한국에서 승용차 브랜드 출시 행사를 열고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한다. 비야디가 시장에 처음으로 내놓을 차량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다. 예상 출시 가격은 3000만 원대로 3000만∼4000만 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산 소형 SUV 전기차의 경쟁 상대로 지목되고 있다.
● 브랜드 이미지 등 중국산 거부감 해소가 관건
전문가들은 올해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 중국산 고부가가치 소비재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에 상륙하며 한국이 중국의 ‘내수 시장화’될 것을 우려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견제가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은 물리적 거리와 소비력에 있어 중국에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2025년은 중국 제품이 한국에 본격 상륙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TV 등 시장과 달리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서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프리미엄 시장은 제품 자체의 성능이나 가격만으로 승부를 볼 수 없다”며 “중국 제품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히는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사후관리(AS) 강화가 필요하다. 안전성, 보안성 측면에서도 국내 소비자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도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샤오미는 이날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하며 “차세대 운영체제인 하이퍼OS는 이용자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3중 보안 체계를 구축했다”며 보안성을 강조했다. 조니 우 샤오미코리아 사장은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제품 체험 구매, AS를 한 공간에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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