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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더 싸진다…도매대가 낮추고 풀MVNO 육성

전자신문 조회수  

서울 종로구 알뜰폰 스퀘어에서 한 시민이 알뜰폰을 체험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알뜰폰 스퀘어에서 한 시민이 알뜰폰을 체험하고 있다.

정부가 알뜰폰(MVNO)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을 강화한다.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개선해 망 임대료를 최대 절반까지 낮추고, 데이터 대량구매 혜택과 망 연동 의무화를 통해 제4 이동통신 역할을 할 풀MVNO(자체 설비 보유 알뜰폰) 출현을 뒷받침한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15일 “올해 통신 정책 최우선 과제는 알뜰폰 집중 육성”이라며 이같은 내용의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종량제 요금제 도매대가를 1MB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36% 낮춘다. 최근 10년간 가장 큰 인하폭이다. 도매대가는 알뜰폰이 이동통신사(MNO)에게 망 임차 대가로 지불하는 일종의 임대료다. 도매대가가 낮아지면 더 저렴한 요금제 출시가 가능해진다.

여기에 알뜰폰이 이통사로부터 데이터를 연단위로 대량 선구매시 최대 25% 추가 할인하는 제도를 신설한다. 기존에는 월단위만 가능했다. 이를 포함하면 1MB당 도매대가는 최대 52% 저렴한 0.62원까지 낮아진다. 산술적으로는 현재보다 절반 수준의 요금제 탄생도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알뜰폰도 1만원대 데이터 20GB 5G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 이통사의 5G 저가요금제가 3만~4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중소 알뜰폰 대상 회선 기본사용료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알뜰폰 자체요금제에 제공하는 데이터 속도제한(QoS) 상품도 1Mbps를 추가한다.

이번 도매대가 산정기준은 리테일마이너스가 아닌 코스트플러스 방식이 적용됐다. 현행 리테일마이너스의 경우 소매단가에서 회피가능비용을 차감하는 구조다. 반면 코스트플러스는 망 원가에 최소한의 이윤만 더해 도매대가를 결정한다. 감가상각이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망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도매대가 인하 여지가 생긴다.

정부가 알뜰폰을 대신해 도매대가를 협상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올해부터는 자율협상 기반의 사후규제로 전환된다. 정부는 이통사가 도매대가를 과도하게 인상할 경우 반려하는 방식으로 사후규제 실효성을 높이면서 사전규제 재도입 필요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 및 신규사업자 정책 관련 연구반 논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 및 신규사업자 정책 관련 연구반 논의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번 알뜰폰 활성화 대책 핵심은 풀MVNO 육성이다. 풀MVNO는 이통사에서 망만 빌리고 교환기, 가입자확인모듈(HLR), 과금시스템 등 자체 설비를 갖춘 알뜰폰 사업자다. 단순 저렴하게 재판매하는 것을 넘어 직접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다. 향후 일본 라쿠텐 사례처럼 새 이통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풀MVNO 설비투자 촉진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은 물론 SK텔레콤 외에 KT와 LG유플러스까지 도매제공 의무대상사업자로 지정한다는 구상이다. 풀MVNO가 설비투자비를 회수하고 수익화 구조를 만드려면 약 100만명의 가입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류 실장은 “현재 2~3개의 사업자가 풀MVNO 도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이번 정부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그간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했던 내용이 대부분 반영됐으며 정부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면서 “도매대가가 낮아지면서 가격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우선 알뜰폰 주력상품인 수익배분형(RS) 요금제 경우 5G 요금제 9종에 대해서만 이통사의 수익배분율이 1~1.5%포인트(P) 낮아졌다. LTE 중심 알뜰폰 입장에서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음성 도매대가 인하율도 5% 수준에 그쳤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단순재판매 방식인 수익배분형 상품보다 자체적으로 요금을 설계할 수 있는 종량제 상품의 도매대가를 낮추는데 중점을 뒀다”면서 “그래야만 알뜰폰이 통신시장의 실질적 경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전자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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