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침체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성적표를 받았다. 북미지역 공장 가동 정상화로 배터리 생산물량은 점점 늘어났고 이에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크레딧(미국 정부 보조금) 규모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전기차 판매 부진과 원자재 하락 요인이 이를 상쇄하면서 실적이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으로 당분간 국내 배터리 업계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선제적으로 전사 차원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2026년을 배터리 업계 회복기로 보고 현재의 위기에 대처하면서 시장 경쟁력 확보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상황에서도 신규 제품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해 원통형 46시리즈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을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연간 매출이 25조6196억 원, 영업이익은 5754억 원을 기록했다고 9일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4.1% 줄었고 영업이익은 73.4% 감소해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한 수치를 보였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이 약 3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실적에 반영되는 45X 미국 정부 보조금(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제도 텍스 크레딧)을 보면 수익성 악화가 더욱 부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수령한 45X 보조금은 지난 2023년 총 6768억 원에서 작년 총 1조4800억 원으로 2배 이상(118.7%) 늘었지만 영업이익 실적은 반대로 70% 넘게 감소한 것. 45X 보조금을 제외하면 2024년 연간 영업이익 실적은 9000억 원 넘는 영업손실로 집계된다. 45X 보조금의 경우 신규 공장 가동 정상화에 따라 배터리 제품 생산물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진 상황이지만 전기차 판매량 감소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 글로벌 시장 여건이 엇박자를 내면서 실적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이 크게 제한됐다.
작년 4분기(매출 6조4512억 원, 영업손실 2255억 원)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는 완성차 등 고객사의 연말 재고 조정에 따른 물량 감소, 메탈가 하락에 따른 판가 하락 등이 꼽힌다. 여기에 고수익 제품 출하 비중 감소와 고정비 부담 증가, 연말 일부 불용 재고 처리 등 일회성 요인이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역시 어려운 경영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말부터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투자와 비용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추가 물량 수주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46시리즈와 LFP, 각형 등 신규 폼팩터를 확보해 전반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생산 공장 호환성 강화와 매각 등을 통한 자산 효율화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가동에 들어가는 신규 공장으로는 미국 조지아 서베너 현대차 합작공장과 미국 오하이오 파예트카운치 혼다 합작공장 등 2곳이 있다.
올해 이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의 전기차 캐즘과 각국 친환경 및 에너지 정책 변화 등을 ‘단기적’ 위기상황으로 보고 내년부터는 배터리 업계가 회복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현재의 위기는 일시적이고 더 큰 도약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위기극복 방안으로는 연구·개발(R&D) 경쟁력 제고와 고객 기대까지 넘어서는 제품·품질 경쟁 우위 확보,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 미래 기술·사업 모델 혁신 등 4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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