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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 전략적 협력 택한 車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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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경쟁사와 하나둘 손을 잡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겨내기 위해 ‘전략적 협력’을 새로운 방향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 겸 CEO(왼쪽)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차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 겸 CEO(왼쪽)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차

최근 자동차 산업은 많은 요인들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 팬데믹을 극복하자 지정학적 위기와 경제 악화,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이 업계를 덮쳤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의 약진으로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략적 협력을 활발히 하고 있는 완성차 제조사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GM과 포괄적 협력을 발표했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 증대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군을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뜻을 모았다.

두 회사의 핵심 협력 분야는 승용 및 상용 차량, 내연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 등이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6일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GM과의 협력은 전체적인 사이클에서 봤을 때 양사가 필요한 부분과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는 부분에서 6개월 이하에 걸쳐 협력을 진행해 왔다”며 “구체적으로 계약 체결 부분은 공동 서신으로 최근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GM의 협력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된다는 게 이유다.

(왼쪽부터) 박철연 현대차 글로벌수소비즈니스사업부 상무, 켄 라미레즈 현대차 글로벌상용&수소사업본부 부사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요제프 시켈라(Jozef Síkela)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 페트르 노보트니(Petr Novotný) 스코다 그룹 CEO, 자로미르 실하넥(Jaromír Šilhánek) 스코다 일렉트릭 CEO. / 대한상공회의소
(왼쪽부터) 박철연 현대차 글로벌수소비즈니스사업부 상무, 켄 라미레즈 현대차 글로벌상용&수소사업본부 부사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요제프 시켈라(Jozef Síkela)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 페트르 노보트니(Petr Novotný) 스코다 그룹 CEO, 자로미르 실하넥(Jaromír Šilhánek) 스코다 일렉트릭 CEO. / 대한상공회의소

현대차는 스코다 그룹 산하 스코다 일렉트릭과도 손을 잡았다. 양사는 수소 경제와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자체 기술과 제품의 융합을 통해 수소 연료전지 기술의 발전과 친환경 차량 시장 확대를 위해 속도를 낼 예정이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및 기술 관련 협업 및 공급 ▲모빌리티 프로젝트 및 제품의 효율적인 에너지 솔루션 적용을 위한 연구 ▲모빌리티 이외의 수소 생태계 및 밸류체인 기회 모색 등이다.

스코다 일렉트릭과의 협력은 수소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차의 구상을 현실에 옮겨놓기 위한 일환으로 분석된다. 체코는 지속가능한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2020년 ‘친환경 모빌리티 국가 계획’을 수립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양사의 계획대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게 된다면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의 입지를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웨이모에 공급하게될 현대차 아이오닉 5. / 현대차
웨이모에 공급하게될 현대차 아이오닉 5. / 현대차

현대차는 자율주행기업 웨이모(Waymo)와도 손을 잡았다. 현대차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인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를 자사 전기차 아이오닉 5에 적용한 뒤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Waymo One)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부재한 KG 모빌리티(이하 KGM)은 중국과 미래를 도모한다. 중국 최대 완성차 제조사인 비야디(BYD)와 체리자동차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친환경차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KGM과 비야디는 올해 3월 협력의 첫 번째 결과물을 내놓는다.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의 높은 기술력을 가진 비야디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토레스가 그것이다. KGM은 토레스 하이브리드에 이어 액티언 하이브리드도 연내 선보이며 하이브리드 특수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또 체리자동차와는 전략적 파트너십 및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미래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양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시장 변화에 부응하는 준대형 및 중형 SUV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다양한 모델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KGM은 하이브리드 모델의 부재와 토레스 중심의 라인업으로 인해 뚜렷한 판매량 증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며 “비야디와 체리자동차와의 협력을 통해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다양한 신차를 내놓는다면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골프 R. / 폭스바겐
폭스바겐 골프 R. / 폭스바겐

전략적 협력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전기차의 부진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독일 최대 완성차 제조사 폭스바겐그룹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전기차 개발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리비안에 8조1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결정한 것. 이는 심화되고 있는 전기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폭스바겐과 리비안은 전기차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등의 개발을 담당할 경영진을 구성했다. 리비안 최고소프트웨어책임자(CSO)와 폭스바겐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공동 최고경영자직을 맡았다.

폭스바겐은 리비안과 공동 개발한 플랫폼을 9세대 골프 전기차에 적용하며 재도약에 나선다. 토마스 쉐퍼 (Thomas Schafer) 폭스바겐 CEO는 “폭스바겐은 리비안과 합작 투자를 통해 새로운 전기 아키텍처를 개발할 것이며 골프에 처음 탑재할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그에 설명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을 적용한 9세대 골프 전기차는 2029년 등장한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CEO(왼쪽)과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 / 혼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CEO(왼쪽)과 미베 토시히로 혼다 CEO. / 혼다

완성차 제조사의 적과의 동침 전략은 새로운 공룡을 탄생시켰다. 일본 완성차를 대표하는 혼다와 닛산이 손을 잡은 것. 혼다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던 닛산의 손을 잡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양사는 치열한 접전을 펼치던 경쟁사였기 때문이다.

닛산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85% 급감하는 등 심각한 경영 악화를 맞이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수천 명의 인원을 감축하고 미쓰비시 지분 3분의 1을 매각하는 등 위기 극복을 시도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이때 혼다가 닛산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혼다가 나서면서 두 회사의 합병은 급물살을 탔다. 양사는 지난 12월 23일 이사회를 열고 경영 통합을 위한 협상 개시를 결정했다. 앞서 전해진 합병 소식을 공식화한 것이다.

두 회사는 올해 8월 지주회사를 새로 설립하고 각 브랜드가 산하로 편입되는 형태로 경영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회사는 새 지주사의 자회사가 되며 상장 폐지도 진행한다. 최종 협상은 올해 6월 이뤄질 예정이다. 새 회사의 대표 자리는 혼다가 지명하는 이사가 맡는다는 게 양사의 결정이다.

양사의 경영 통합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의 순위 변동이 전망된다. 이변이 없다면 양사의 합병으로 단숨에 3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의 선전, 글로벌 위기 등으로 인한 성장세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에 ‘독자생존’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며 “여러 글로벌 완성차들이 전략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완성차 시장의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IT조선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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