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프로는 애플이 작년 초 글로벌 출시한 첫 혼합현실(MR) 헤드셋이다. 애플은 이 기기를 ‘공간 컴퓨터’로 명명했다. 헤드셋을 착용만 하면 디지털 콘텐츠를 물리적 공간에 옮겨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아이폰 등에서 사용하던 주요 기능을 3차원(3D)공간에서 구현될 수 있다.
신개념 제품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높은 가격대(약 500만원)와 빈약한 콘텐츠로 인해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를 제외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 제품을 사용해 보면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한 만족도를 제공한다. 비싼 가격이 구매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가격을 무시하고 기기 자체 완성도만 본다면 ‘미래 ICT’를 선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폼팩터라는 생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사진·영상 등 미디어 콘텐츠 소비 효과다.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영상을 볼 때면 화면을 100피트(30m)까지 늘리고 사진첩에 들어간 사진을 실물 크기까지 확장할 수 있다. 넓은 화면에 압도적인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사용자 귀에 알맞게 설치된 지향성 스피커를 통해 최적의 음향도 즐길 수 있다.
특히 비전프로를 위해 개발된 신규 기능 ‘공간 동영상’을 통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큰 강점이다. 이 기능은 영상을 1080p의 초당 30프레임 표준 다이내믹 레인지로 촬영, 영상물을 3D로 펼쳐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아이폰15 프로 라인업부터 지원한다.
공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을 비전프로로 확인하면 실제 공간에 있는듯한 착각을 불렀다. 촬영하던 당시 주변에 있던 새 지저귀는 소리, 흐르는 강물, 바람 소리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기기를 쓴 채 영상물을 3D로 확장하면 주변 공간이 완벽하다시피 촬영하던 장소로 만들었다.
일반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도 보다 실감나는 사진으로 바꿔 볼 수도 있다. 화면 상단에 위치한 3D 버튼을 누르면 일반 사진도 3D 사진으로 바뀐다. 물론 사진 품질은 공간 동영상으로 촬영한 사진보다 정밀하지 않지만, 옛 여행지를 되새겨보는 데는 충분했다.
애플 비전프로는 작년 11월 15일부터 국내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출고가는 499만원부터다. 256GB, 512GB, 1TB 등 저장 용량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 단순 기기만 포함된 것 치고는 가격 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비전프로로 즐길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애플의 숙제다. 특히 한국 시장에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애플에 따르면 비전 프로 전용 앱은 2500여개, 아이폰·아이패드와 호환되는 150만여개 앱이다. 다만 이 중 ‘킬러 콘텐츠’라고 부를 수 있는 앱은 손에 꼽힌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통해 새로운 매출 확장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가격대 조정과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다. 비전프로 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고 가격 장벽을 보다 낮춘 모델이 요구된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