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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모터로 즐기는 오프로드,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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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오프로더를 지향하는 지프가 변했다. 조여오는 환경 규제와 효율성이 차량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하면서 등한시했던 ‘친환경’과 거리를 좁히기 시작한 것이다. 지프는 브랜드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4xe’를 개발하고 랭글러에 처음 적용했다. 이어 5세대 그랜드 체로키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친환경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디젤 엔진을 라인업에서 지우고 최초의 3열 모델인 ‘그랜드 체로키 L’과 그랜드 체로키 최초의 PHEV 모델을 더한 것이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전면.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전면. / 허인학 기자

새로운 파워트레인은 그랜드 체로키만의 플래그십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부드럽게 회전하는 펜타스타 3.6리터(ℓ) 엔진 대신 4xe를 선택할 가치가 충분한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시승에 나섰다.

지프의 고집이 만들어낸 고급스러운 오프로더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엠블럼.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엠블럼. / 허인학 기자

지프는 ‘오프로드 외골수’로 유명한 브랜드다. 우리가 SUV를 흔히 ‘지프차’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그것이다. 윌리스 MB를 시작으로 꾸준히 오프로더를 개발한 지프는 명실상부한 오프로드의 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 그랜드 체로키가 대표적인 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1세대. / 지프
지프 그랜드 체로키 1세대. /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오프로드 DNA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개발됐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1992년 북미 국제 오토쇼였으며 판매는 이듬해인 1993년부터 시작됐다. 풍문으로는 1980년대 후반 출시를 목표로 개발했지만 당시 크라이슬러 CEO였던 리 아이아코카가 여러 차례 개선을 주문하면서 출시 시기가 미뤄졌다. 포드 익스플로러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한 담금질을 거친 것이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2세대. / 지프
지프 그랜드 체로키 2세대. / 지프

2세대 모델은 지프가 다임러 크라이슬러로 편입되면서 크라이슬러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세대다. 당시 크라이슬러는 포르쉐와 함께 엔지니어링을 진행했으며 오프로드 성능을 4륜구동 시스템 쿼드라 Ⅱ 드라이브도 새롭게 개량했다.

세대를 거듭하며 발전을 거듭한 그랜드 체로키는 현재 5세대 모델로 진화했으며 최초의 3열 시트를 적용한 L 버전과 PHEV를 탑재한 4xe 모델을 투입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고급스러움과 지프 헤리티지의 만남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전면.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전면. / 허인학 기자

시승을 위해 만난 그랜드 체로키 4xe는 오프로더의 느낌보다는 플래그십의 이미지가 강하다. 마치 근육질의 운동선수가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듯한 느낌이다. 외관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만의 차별화된 요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푸른색이 레이어드 된 엠블럼과 4xe 배지, 운전석 펜더에 자리한 충전구만이 이 차의 성격을 알려줄 뿐이다. 되려 과하게 티를 내지 않은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7 슬롯 그릴.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7 슬롯 그릴. / 허인학 기자

전체적인 디자인은 경쟁 모델을 크게 압도하는 느낌이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도 그렇다. 7 슬롯 그릴과 사다리꼴 휠 아치 등 지프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역동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측면.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측면. / 허인학 기자

측면은 전형적인 SUV의 느낌이다. 최근 등장하는 SUV처럼 루프 라인을 누르는 등의 디자인은 적용하지 않았다. 각을 살짝 둥글게 다듬었을 뿐이다. 여기에 루프가 떠 있는 듯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플로팅 루프 디자인을 적용하고 쿼터 글라스(2열 도어와 트렁크 사이 위치한 유리)에는 역대 그랜드 체로키가 나란히 서 있는 이스터에그를 더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테일램프.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테일램프. / 허인학 기자

후면은 이전 세대와 달리 테일램프의 두께를 줄이고 양쪽을 하나로 연결하는 듯한 라인을 더해 안정감을 높였다. 또 트렁크 하단에 ‘4xe’ 배지를 더해 어떤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진 실내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실내.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실내. / 허인학 기자

커다란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완전히 달라진 구성이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프는 과거 투박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모두 걷어내고 새로 개발한 것을 적용했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에는 주행 정보를 비롯해 에너지 흐름, 주행 가능거리, 오프로드 전용 페이지 등 다양한 정보를 띄운다. 심지어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앞을 훤히 내다볼 수 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센터 디스플레이.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센터 디스플레이. / 허인학 기자

10.1인치의 센터 디스플레이의 변화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화면의 크기는 물론이고 각 화면의 구성과 시인성이 매우 높다. 또 각 기능을 실행하는 아이콘의 크기도 큰 편이라 사용성이 높다. 화면 밑으로는 사용 빈도가 높은 시트 온도 조절 및 공조 장치, 오디오 장치를 물리 버튼으로 마련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2열 공간.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2열 공간. / 허인학 기자

실내 분위기는 고급스러움이 한층 강조된 모양새다. 시승차의 경우 밝은 갈색 컬러의 가죽이 적용됐으며 도어와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 등에 적용한 우드 트림과 조화도 좋은 편이다. 공간에 대한 불만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랜드 체로키 4xe의 휠베이스는 2965밀리미터(㎜)로 그랜드 체로키 L 대비 125㎜ 짧지만 공간이 부족하지 않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744ℓ며 2열을 모두 접을 경우 2000ℓ까지 늘어난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에 적용된 매킨토시 사운드 시스템.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에 적용된 매킨토시 사운드 시스템. / 허인학 기자

전체적인 구성은 흠잡을 곳이 없지만 주행 중 귀를 거슬리게 하는 잡소리가 완성도를 떨어트린다. 특히 노면이 고르지 않은 곳에서 잡소리는 더욱 크게 들린다. 1억원이 넘는 가격과 플래그십이라는 가치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전기모터로 즐기는 오프로드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헤드램프.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헤드램프. / 허인학 기자

그랜드 체로키 4xe의 PHEV 파워트레인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목적지를 강원도 산골짜기로 설정했다. 서울과 30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이다. 도심과 고속도로, 국도, 오프로드 등을 오가며 PEHV 시스템을 온전히 느껴볼 참이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스티어링 휠.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스티어링 휠. / 허인학 기자

출발을 위해 시동 버튼을 눌렀지만 엔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무리하게 가속페달을 조작하지 않으면 엔진을 깨우지 않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게 가능하다. 최대한 전기모터만을 이용해 움직이려는 점은 장점이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엔진.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엔진. / 허인학 기자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끝까지 밀어 넣자 엔진이 힘차게 회전하며 경쾌하게 속도를 높였다. 2.5t이 넘는 덩치가 가볍게 느껴질 정도의 가속감이다. 비결은 PHEV 시스템에 있다. 지프의 4xe 시스템은 직렬 4기통 2.0ℓ 터보 가솔린 엔진은 272마력을 내고 전기모터가 100마력을 보태는 방식이다. 시스템 총출력은 372마력. 3.6ℓ 펜타스타 엔진 대비 86마력 높은 힘이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주행 모드 선택 버튼.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주행 모드 선택 버튼. / 허인학 기자

주목할 점은 탑재된 2개의 전기모터 중 하나만 직접적인 구동에 관여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하나의 모터는 고전압 모터 제너레이터로 8단 자동변속기에 달려 토크컨버터를 대체해 클러치 두 개가 모터와 엔진의 힘을 받아낸다. 주행 모드는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e-세이브 등으로 구성된다. e-세이브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 가동 비중을 높여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충전 속도가 꽤 빠른 편이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변속 다이얼과 오프로드 주행모드 및 차체 높이 설정 조작부.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변속 다이얼과 오프로드 주행모드 및 차체 높이 설정 조작부. / 허인학 기자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상황에서 전기모터와 엔진이 배턴을 주고받는 과정이 매우 매끄럽다. 다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8단 자동변속기의 능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제 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며 변속 충격을 전달하기도 한다. 승차감은 매우 부드럽다. 에어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탑승객에게 전달하지 않으려고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충전구.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충전구. / 허인학 기자

육중한 덩치 탓이었을까. PHEV임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전기모터가 바삐 움직이기는 했지만 도심에서 ℓ당 8㎞ 이상의 효율성을 기록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나마 고속도로에 올라서야 간신히 10㎞/ℓ를 넘겼을 정도다.

차체를 높인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측면. / 허인학 기자
차체를 높인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측면. / 허인학 기자

2시간쯤 달려 강원도 한 산자락에 도착했고 차체를 최대한 높였다. 주행 모드는 일렉트릭을 선택했다. 일렉트릭 모드에서는 전기모터만을 이용해 최대 33㎞를 주행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오프로드를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렉트릭 모드에서도 지프 특유의 오프로드 느낌은 희석되지 않았다. 되려 풍부한 전기모터의 출력과 쿼드라-트랙 Ⅱ 시스템 덕분에 거침없이 산길을 오를 수 있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후면.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후면. / 허인학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는 영락없는 지프의 일원이었다. PHEV 시스템을 품고 시대와 타협을 시작했지만 지프 특유의 오프로드 성능만큼은 물러섬이 없었다. 오히려 전기모터로 오프로드를 즐길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게다가 패키징은 물론이고 넓은 공간, 고급스러움 등 프리미엄 SUV의 덕목도 모두 갖추고 있다. 1억1190만원의 높은 가격이 멈칫하게 만들지만 그랜드 체로키 4xe의 가치는 분명해 보인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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