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지난해 창립 이래 역대급 부진에 시달렸던 엔씨소프트가 약 4년 만에 열린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반등점 찾기에 나선다. 다만 과거 국산 게임의 텃밭으로 불렸던 중국이지만 최근 중국 게임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경영 체제와 개발 조 체계에 변화를 준 만큼 사업부와 개발부 등 원팀 시너지로 만리장성을 넘는다는 구상이다.
3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올해 블레이드&소울2, 리니지2M 등 대표작 2종의 중국 서비스에 나선다. 두 게임 모두 중국 진출의 최대 관문인 판호(중국 서비스 허가증) 발급에는 성공했으며 현재 현지 퍼블리셔 파트너인 텐센트게임즈와 현지화 작업이 한창이다.
텐센트게임즈는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의 게임 계열사로 리니지, 블레이드&소울 등 다양한 엔씨소프트 게임들의 중국 서비스를 담당하며 인연을 맺어왔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지역별 서비스 노하우를 지닌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하는 등 글로벌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엔씨소프트에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약 12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새로 부임한 경영전문가 박병무 공동대표의 지휘 아래 조직개편, 희망퇴직, 비주류 사업 정리 등 고강도 쇄신에 집중했다. 모두 올해 반등을 위한 준비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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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기사 모아보기‧박병무 공동대표는 지난 2일 전한 신년 메시지에서 “2024년한 해 동안 우리는 생존과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들을 감내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일들을 진행했다”며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엔씨소프트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5년에 엔씨가 성장의 변곡점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지난해 아픔을 겪으면서 시행했던 많은 일들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며 “2025년에 엔씨소프트를 턴어라운드 시키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가 올해 반등을 위해 집중하는 부분은 글로벌 서비스 강화다. 특히 중국 시장의 성과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다. 2023년 기준 중국의 게임 시장 규모는 약 60조원 수준으로 미국에 이어 2위 시장이다. 국내 게임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약 3배 더 크다. 게임을 즐기는 인구도 약 7억명에 이른다.
다만 중국 게임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진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국산 게임의 텃밭으로 불리던 시장이다. 대표적으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등 국산 게임들이 현재까지 중국에서 국민게임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2018년 고고도 미사일체계 ‘사드’ 배치 이후 발생한 한한령으로 국산 게임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한령 직전까지 한해 약 40종 이상의 국산 게임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에 진출한 국산 게임은 10여 종에 불과하다.
국산 게임의 중국 진출이 막힌 사이 중국 게임 시장 규모와 이용자 눈높이도 높아진 상황이다. 설령 국산 게임이 중국에 진출하더라도 과거만큼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한령이 조금씩 해제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외에는 국산 게임이 중국에서 흥행을 기록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최근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발급을 재계하며 수출길을 여는 것도 이제는 자국 게임업계의 성장에서 나온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며 “철저한 현지화와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여전히 국내 게임사들이 놓칠 수 없는 중요 시장이다. 흥행에 성공한다면 실적 측면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서비스 약 4개월 만에 매출 약 1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중국 시장의 흥행성을 입증했다.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소울 2 중국 현지 이미지. /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사업부서와 개발부서 등 각 조직 간의 시너지를 강조하며 서비스 흥행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월 엔씨소프트는 해외 자회사의 인사 개편을 단행하는 등 글로벌 전략을 새롭게 구성했다. 특히 그동안 엔씨소프트의 해외 사업을 담당하던 김택진 공동대표의 부인 윤송이 사장과 동생인 김택헌 부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가족경영 꼬리표까지 뗐다.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본부 수장은 심승보 부사장 단독 체제로 재편됐다. 심승보 부사장은 약 20년간 엔씨소프트에 몸담은 인물로 최고퍼블리싱디렉터와 퍼블리싱1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윤송이 사장과 김택헌 부사장 시절부터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사업 실무를 담당해왔다.
이와 함께 엔씨소프트는 오는 2월 1일자로 ‘독립 스튜디오 체제’ 전환을 위한 4개의 자회사 체제를 본격화한다. 각 IP를 담당하는 독립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IP 개발은 물론 사업부 등 각 부서 간 자유롭고 유연한 협력체계로 IP 확장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다.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는 “올해 신년 경영 키워드를 ‘원 팀’과 ‘협업’, 그리고 ‘벤처 정신으로의 재무장’으로 설정했다”며 “우리가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 부서의 이기주의, 부처 간의 반목을 버리고 엔씨소프트라는 한 팀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잘하고 있는 것과 부족한 것을 명확히 인식해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과감한 협업을 통해 그 간극을 메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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