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말 그대로 격변기를 맞이했다. 전동화, 자율주행, 제조사별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이 줄줄이 등장하는가 하면, 세계 정부는 탄소 중립과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뿐인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로 전 세계의 물가가 치솟고, 시장의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사회에도 만년 1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듯, 기존 시장 점유율을 뒤흔드는 테슬라, BYD, 구글, 애플 등의 새로운 경쟁자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는 신선한 바람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던 몇몇 제조사에는 기업의 생존을 뒤흔드는 태풍이다. 혼다와 닛산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7, 8위를 차지하는 거대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협력은 기업의 존속에 필요했다는 뜻이다.
설립 이후 최대 위기
실제로 두 회사는 2020년부터 판매 부진과 실적 악화를 겪었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시작되었고 미국, 심지어는 자국인 일본에서도 판매량이 감소했다. 현재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중국 전기차 업체의 약진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감소했고,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첨단 기술 탑재 차량 등으로 빠르게 전환하였으나, 이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판매량이 계속해서 감소한 것이다.
결국 심각한 경영난으로 인해 닛산은 글로벌 생산 능력의 20%와 약 9,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보유 중인 미쓰비시자동차 지분의 일부를 매각하려는 한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혼다는 닛산만큼 어려운 상황은 아니지만, 내연기관 모델의 생산 축소, 유럽과 일본 내 일부 공장의 폐쇄를 결정하였다.
세 번의 MOU 체결
2024년 특히 힘든 한 해를 보낸 두 회사는 3월과 8월, 12월 총 세 번의 MOU(양해각서, 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하였다. 3월 MOU의 내용은 차량의 첨단 기술, 특히 전기차와 자율 주행 기술의 협력 개발에 관한 것이었으며, 8월 MOU 역시, 이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체화한 내용이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가장 최근에 성립된 12월 MOU에 관한 내용이다. 두 회사는 이번 MOU를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닛산의 경영난이 심각해 혼다에 지분을 매각한다는 설이 돌았으나, 합병이 아닌 공동 지주회사를 설립해 독립성을 유지하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단, 단순한 협력이 아닌 구조적 통합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앞선 MOU를 통해 합의된 기술 개발 협력 내용을 보다 강화하고 공동 투자, 마케팅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닛산과 혼다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닛산의 자동차, 혼다의 오토바이 등 전력 제품 사업을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과연 두 회사의 공생이 어떤 효과를 낼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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