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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下] 올해도 ‘험로’ 예상…“조직 혁신·기술 전략 조정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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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이 2025년에도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과 메모리 수요 감소, 여기에 트럼프 리스크와 국내 탄핵정국까지 겹치면서 전략 재정립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기술적 도전 속에서 삼성전자는 쇄신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내다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부진의 늪에 빠지며 반도체 부문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해 DS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비메모리 적자 영향으로 3조8600억원에 그치자 지난해 10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사과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 미래에 대한 우려를 끼쳤다며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술 인력·유연한 조직문화 필요

경영진은 위기 극복을 위해 일부 인사 교체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7일 DS 부문의 주요 사장단을 교체하며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메모리사업부를 통솔하는 구조로 재편됐으며 초격차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설정됐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관료화된 조직문화’와 ‘재무 중심의 인사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기술 혁신보다는 단기 실적에 초점을 맞춘 인사와 의사결정이 반도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선두 자리를 유지하려면 ‘기술 중심의 인재 확보’와 ‘조직 혁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존 재무 중심 경영 방식과 사업 부문 간 이해 상충이 문제가 됐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에 따라 구조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독립적 분사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삼성에서 HBM 전략을 주장하던 인사들은 배제됐고 일부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며 “삼성전자가 초격차 전략에 치중하다가 HBM 기술 도입의 기회를 놓친 것은 기득권 중심 사고가 기업 혁신에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사업 간 이해 상충이 심각하다. 설계에 치중하면 파운드리가 피해를 보고, 파운드리에 집중하면 HBM 수주를 놓치는 상황”이라며 “사업 부문 간 구조적 갈등을 해소해야 하며, 독립적인 회사로 분사해 계열사 간 협력이 필요할 때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제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출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출처=AP/뉴시스]

높아지는 불확실성에 “보조금 선별 지원해야”

또 다른 위협은 글로벌 무역 환경의 변화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보호무역주의와 중국 제재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내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과 연구개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반도체 제조와 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중국도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 주도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 경쟁 속에서 한국 역시 연구개발 지원 확대, 세제 혜택, 인프라 구축 등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정책적 대응이 늦어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자기술연구원 이규복 부원장은 선진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보조금 기준을 참고해 한국도 최소한 그 수준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차별적이고 선별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이 부원장은 “대기업의 경우 용수나 전력 문제가 주요 사안이므로 이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중견기업이나 시스템 반도체와 같은 특정 분야 기업에는 현금 지원 등 차별화된 방안을 마련하면 국고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출처=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출처=삼성전자]

메모리 수요↓…시스템 반도체로 반등 노려야

경기침체에 따른 전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도 실적 부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13일 진행한 ‘2025년 기업 신용 등급 전망’ 세미나를 통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내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HBM, DDR5, eSSD 등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 집중으로 범용 메모리의 부진이 심화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HBM 수요 예측에 실패하며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졌다고 지적한다. 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지나치게 집중한 결과, 현재 삼성전자는 ‘캐시카우’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금 흐름과 수익성에 만족하기 보다는 미래 기술 개발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는 전략 조정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상명대 경영학부 서지용 교수는 “반도체 수요가 기존의 대량 양산 방식에서 B2B로 변화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러한 변화에 기술 개발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파운드리 사업은 단순 투자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HBM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역량을 강화할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2022년 1292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인 14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다시 세계 시장에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이고 지배력을 확대해 반등에 성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부원장 역시 “중장기적으로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의 확대가 필수적이다”라며 “삼성에서는 시스템 LSI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작년과 재작년까지 실적이 부진했지만 올해부터는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스템 반도체는 반도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분야인 만큼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신생업체들과의 협력은 삼성의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한국 경제 성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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