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팬데믹이 발발하며 회의 방식이 바뀌었다. 사람들이 대면이 아닌 카메라를 이용해 화상회의를 해야 했다. 화면에 얼굴이 비춰지는 게 부담스러웠고 나중에는 장시간 카메라에 얼굴을 고정해야 하는 게 불편했다. 이때의 경험이 AI 아바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
안두경(41) 굳갱랩스(GoodGangLabs) 대표는 지난달 6일 경기 성남시 정자동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에서 페이스북의 글로벌 프로덕트 파트너십 총괄로 일하고 있었는데, 업무 특성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미팅이 굉장히 잦았다”면서 “카메라를 끄게 되면 표정, 몸짓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이 안 보이게 되므로 아바타가 해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KT알파(옛 KT하이텔)에서 푸딩 얼굴 인식을, 네이버 계열사 라인에서 ‘B612′ ‘라인 카메라’ ‘푸디’ 등을 기획하는 등 서비스 기획자로 일했다. 이후 메타(옛 페이스북)에서 한국·일본 제품 파트너십 총괄을 맡았고 미국 메타 본사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담당했다. 그는 메타에서 일하면서 AI 아바타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고, 지난 2022년 KTH에서 함께 근무했던 김재철 CTO(최고기술책임자), 라인과 메타에서 함께 일했던 김서영 CCO(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등 옛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의기투합해 굳갱랩스를 창업했다.
굳갱랩스는 AI 아바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이다. 2023년 3월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조직 D2SF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같은 해 5월 카카오의 투자 전문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유치액은 36억원 수준이다. 현재 직원 수는 10명이며 AI 아바타 기술을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앞서 굳갱랩스는 2023년 NFT(대체 불가능 토큰) 판매로 관련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네이버 라인의 NFT 자회사인 라인 넥스트의 글로벌 NFT 플랫폼 ‘도시(DOSI)’에서 진행한 NFT 아바타 프로젝트를 통해 1차 3333개, 2차 3333개 전량을 판매한 바 있다. 당시 1차 판매 이후 누적 거래액 10억원을 넘겼다.
◇ AI 아바타 응답속도 ‘1초’·정확도 ‘99.9%’
AI 아바타를 활용해 화상회의, NFT, 메타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온 굳갱랩스는 지난해부터 AI 아바타 스태프(점원)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AI 아바타 스태프란 말 그대로 AI로 만들어진 아바타가 인간 대신 서비스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굳갱랩스는 AI 아바타 스태프 솔루션을 시작으로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굳갱랩스 AI 아바타 스태프가 적용된 키오스크는 사람이 키오스크 활용에 적응하지 않고 키오스크가 사람을 돕는다. 현재 키오스크는 메뉴 찾기, 메뉴 선택, 옵션 선택, 장바구니 담기, 주문 확인, 결제수단 선택, 결제 완료까지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굳갱랩스의 기술이 적용된 키오스크는 이용자가 사람에게 주문하듯 메뉴를 말하면 된다. 화면에 보이는 AI 아바타와 자연스럽게 음성 기반 대화로 주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굳갱랩스는 기존 키오스크에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와 마이크를 탑재하면 AI 아바타 주문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수원대에 키오스크를 설치해 AI 아바타가 학생식당의 식권을 음성으로 주문받는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키오스크 상용화는 국내 최초다.
안 대표는 “공인인증기관에서 AI 아바타 주문 솔루션의 소규모언어모델(SLM) 성능 테스트를 했는데, 응답속도가 1초 이내를 기록하고 정확도는 99.9% 이상을 보였다”며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음성을 인식할 수 있고 빠른 응답을 구현한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AI 서비스가 챗봇에서 보이스봇까지 진화해왔으며 앞으로는 AI 아바타 스태프를 통해 아바타로 소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사람과 AI 간의 소통은 텍스트 기반을 지나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처럼 AI 아바타 기반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 “딱딱한 AI… 아바타로 부드럽게 풀어나갈 것”
굳갱랩스는 AI의 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한 AI 시각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제 상용화하는 AI 아바타를 살펴보면 성능이 좋으면 시각화가 부족하고 시각화가 뛰어나면 성능이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두 가지 균형을 최대한 중시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라인에서는 ‘B612′ ‘라인 카메라’ 등 제품 기획을 총괄하며 이미지와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해왔다”며 “그곳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아바타 캐릭터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굳갱랩스는 성능 고도화와 함께 디자인에 노력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캐릭터 구현 과정에서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모으는 데 고군분투했다. 그는 “인간 모션은 데이터가 축적돼 있는 반면, 아바타는 3등신, 5등신 등 모습이 정형화되지 않고 대부분 제작사에 저작권이 있는 만큼 데이터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를 위해 3D 모션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직원들까지 나서 사무실에서 걷거나 뛰면서 일일이 수동으로 연기해 직접 아바타 데이터 모션을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 모두가 밤낮으로 이 과정에 참여했는데 그 덕분에 아바타 특화 모션 데이터를 보유한 것이 경쟁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향후 굳갱랩스는 인기 캐릭터 지식재산권(IP)과 협력해 가상점원, K-POP 버추얼 아이돌, 교육 메이트, 금융 상담 도우미, 의료 기관의 안내 비서 등으로 솔루션 적용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오는 1월 중에는 AI 아바타 스태프, 디지털 사이니지 등을 통해 무인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인 ‘GGLS’를 서울 가로수길에 열 예정이다. GGLS의 시장성 검증 후 2분기부터는 B2B(기업 대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AI 아바타 시장은 향후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아바타 시장 규모는 2023년 181억9000만달러(2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또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5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표는 “AI 아바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이 필요한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해에는 AI 아바타 스태프 솔루션을 출시했다면 올해는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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