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록한 국내 완성차 업계는 2025년에도 다양한 신차 투입과 새로운 전략으로 성장세를 이을 전망이다.
2024년 국내 자동차 업계는 신차 효과와 하이브리드 호조에 힘입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사상 최대 수출량을 기록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며 견조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르노코리아는 4년 만에 내놓은 그랑 콜레오스가 하이브리드 호조와 맞물리며 우중충했던 분위기를 반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위기를 이겨낸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은 2025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이브리드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 및 개발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대자동차는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2세대 팰리세이드가 돌풍 조짐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사전 계약 첫날인 지난해 12월 20일 3만3567대가 계약됐다. 이는 현대차 아이오닉 6와 기아 더 뉴 카니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아이오닉 6와 더 뉴 카니발은 각각 3만7446대, 3만6455대를 기록한 바 있다.
주목할 부분은 모델별 계약 비중이다. 사전계약 첫날 계약자의 70%가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솔린 모델 대비 6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기름값과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선택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하이브리드의 높은 선택 비중은 올해도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지속될 것을 시사한다.
현대차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할 차종을 지속 확대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120조5000억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차종을 기존 7종에서 14종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히며 하이브리드 전략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현대차는 최근 공개된 아이오닉 브랜드 최초의 대형 전기 SUV 출시를 통해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에 정면으로 맞서며 고부가가치 모델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기아는 전기차 라인업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준중형 세단인 EV4와 중국 공략형 모델이었던 EV5를 내놓으면서 전기차 콤팩트 SUV부터 세단, 대형 SUV 등에 이르는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또 기아 브랜드 최초의 픽업트럭 모델인 타스만까지 국내에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로 분위기를 반전하는 데 성공한 르노코리아 역시 자사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E-Tech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번째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등록대수 1만2518대를 기록하며 출시와 동시에 흥행 반열에 올랐다. 그랑 콜레오스는 합리적인 가격과 상품성, 하이브리드 호조 등이 급물살을 탔다. 그랑 콜레오스는 9월 9일 인도를 시작한 후 11월 말까지 영업일 기준 54일 만에 누적 1만5912대를 기록했고 이중 하이브리드 비중은 무려 96.3%에 달했다.
르노코리아는 그랑 콜레오스의 인기를 이어가면서 오로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모델 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오로라 프로젝트는 르노코리아의 주도로 3대의 차세대 신차를 개발 및 생산하는 중장기 전략이다.
두 번째 모델은 그랑 콜레오스의 상위 모델로 준대형 차급으로 쿠페형 디자인을 적용한 CUV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렸다. 현재 르노코리아는 오로라 2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E-Tech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로라 2는 이르면 올해말 또는 2026년 초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르노코리아는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 4까지 모두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해 전기차 전용 설비를 신규 설치하는 등 공장 시설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부산공장의 미래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올해 초까지 전기차 생산 설비 구축을 마무리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북미 수출용 폴스타 4 생산을 시작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랑 콜레오스로 분위기를 쇄신한 르노코리아는 신규 모델 개발 및 투입과 폴스타 4 생산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부재와 신차 액티언의 효과가 미비했던 KG 모빌리티(이하 KMG)는 흑자 전환의 주역이었던 토레스를 바탕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전망이다.
KGM은 2025년 1분기 무쏘EV를 시작으로 토레스 하이브리드, KR10 등 3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2025년 첫 번째 신차로 예상되는 무쏘EV는 지난해 야심작이었던 액티언의 부진을 만회할 핵심 모델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신설하며 하이브리드 수요에도 대응할 방침이다. 먼저 액티언과 토레스 등 2종의 하이브리드를 연내 투입한다.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가 확정된 건 지난해 4월이다. 박장호 KGM 생산본부장은 평택공장 혼류생산 공사 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박 본부장은 “현재 생산 라인에서 보강 없이 하이브리드 모델도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났으며 준비 중이다“며 “향후 출시되는 차종은 모두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KMG의 하이브리드 모델 투입 소식이 알려지자 앞서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와 체결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개발 협약이 조명되고 있다. 해당 협업을 통해 개발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신차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서다. KGM은 지난 2023년 비야디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개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양사는 배터리 팩 한국 공장 협약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공동개발 협약을 통해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개발에 착수했다.
택시 모델 역시 KGM의 재도약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월 내놓은 택시 모델이 기대 대비 순항하면서 성장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KGM이 선보인 택시 모델 중 하나인 토레스 EVX는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에도 출시 이후 2024년 6월부터 11월까지 총 712대가 판매되며 전체의 26.5%를 차지했다. 코란도 EV 역시 전체 판매의 81.8%를 차지했으며 개인 구매보다 택시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짙어지고 있는 불확실한 정세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신차의 투입과 새로운 전략이 예고된 만큼 국내 자동차 업계는 다시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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