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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개국 향해 ‘1년 357일’ 선적…”韓경제 마지막 보루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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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개국 향해 '1년 357일' 선적…'韓경제 마지막 보루 책임감'
190개국 향해 ‘1년 357일’ 선적…’韓경제 마지막 보루 책임감’
12월 26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의 수출 선적 부두에 유코카캐리어의 자동차 운반선이 자동차 선적 작업을 위해 정박해 있다. 성형주 기자

12월 26일 오전 10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 부두. 길이 830m인 부두 중앙에 닻을 내린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스타호’에 수많은 차량들이 줄지어 올랐다. 운반선 안으로 진입하자 어림잡아 수백 대의 차량이 한 뼘 간격으로 붙어 있다. 만차(滿車)인 지하주차장에 들어선 듯했다. 한 대라도 더 많은 물량이 수출 길에 오를 수 있도록 사이드미러조차 펴지 않는 채 작업하는 등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현장을 감독하는 김재홍 지마린서비스 화물운영팀 매니저는 “현대차가 최대 수출 실적을 내고 월말 물량이 집중되면서 특근 등으로 늘어난 작업량을 소화한다”며 “오늘은 11개 층인 데크(Deck)에 차량을 선적한 뒤 미국 서부 와이니미와 샌디에이고 부두로 출항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수출 선적 부두는 1967년 울산공장이 설립된 후 57년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 수출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울산공장의 하루 평균 생산량 6000대 중 수출 물량은 최대 4800대에 달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차량들은 바닷길을 통해 190개국의 도로 위를 달리게 된다.

190개국 향해 '1년 357일' 선적…'韓경제 마지막 보루 책임감'
190개국 향해 ‘1년 357일’ 선적…’韓경제 마지막 보루 책임감’
2025년을 엿새 남긴 12월 26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울산공장 명촌정문으로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울산=조태형 기자 2024.12.26

선적 작업에 나선 현장 직원들은 “수출항은 쉬지 않는다”며 책임감을 표했다. 울산공장 수출 부두는 완성된 차량을 해외 고객에게 전달하는 첫 단계. 1년 365일 중 신정 공휴일(1월 1일), 근로자의 날(5월 1일), 설·추석 연휴 등 총 8일의 휴일을 제외한 357일간 수출항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전 세계 고객에게 최대한 짧은 시일 안에 차량을 인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 직원들은 비상계엄 사태에도 생산한 차를 배에 선적했다. 그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묵묵히 일하며 계획된 물량을 소화했다. 관심은 오로지 수출 배에 오를 자동차들이 최고의 상태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울산을 포함해 공장별로 수출선적팀을 본사 소속으로 두고 철저한 품질 관리를 유지하고 있다. 단일 팀으로는 현대차 중 최대인 900명 가까운 인력을 확보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강기문 현대차 수출선적팀 책임매니저는 “품질 검사와 부식을 방지하는 방청 작업까지 마친 뒤에야 운반선에 오를 수 있다”며 “전체 수출 물량의 60%를 차지하는 북미 수출용 차량 전체에 대해서는 1.6㎞ 구간을 달리며 엔진이나 브레이크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추가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출은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라는 책임감을 갖고 최고 품질의 상태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0개국 향해 '1년 357일' 선적…'韓경제 마지막 보루 책임감'
190개국 향해 ‘1년 357일’ 선적…’韓경제 마지막 보루 책임감’

2024년 대한민국은 무역으로 453억 달러(11월 기준, 약 66조 7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 가운데 자동차(372억 달러, 약 54조 7500억 원)와 자동차 부품(143억 달러, 약 21조 500억 원)만 515억 달러에 달한다. 2021년까지 13년간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오던 대한민국은 2022년(-478억 달러)과 2023년(-104억 달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자동차 수출의 호황으로 다시 무역 흑자국에 올라섰다.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면 수출 대한민국도 가라앉는 구조다.

자동차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가 덫에 빠질 때마다 제일 앞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구조조정을 겪었던 자동차 산업은 1999년 수출액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대한민국 산업 중에 가장 빠르게 일어섰다. 정몽구 당시 현대차 회장은 2001년 신년사에서 ‘품질 경영’을 선언했고 수출액은 2006년 3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었다. 강 책임 매니저는 “자동차 수출은 단순히 차량 수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부품, 정유 등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때 선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0개국 향해 '1년 357일' 선적…'韓경제 마지막 보루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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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공사 현장은 각종 중장비와 인부들로 분주한 분위기를 띠었다. 올해 완공 예정인 전기차 전용 공장은 연간 20만 대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 사진=노해철 기자

수출 부두에 이어 찾은 현대차 울산공장에 들어서니 골조 공사를 마친 3층 구조의 거대한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현대차가 2조 원을 투자해 2026년부터 연간 20만 대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미래차 공장이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까지 총 68조 원을 투자해 또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일자리는 8만 개, 고용 유발 효과까지 포함하면 약 19만 80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대형 전기차인 아이오닉9과 신형 팰리세이드의 생산에 돌입했다. 신차를 앞세워 새해에도 수출 돌풍을 이어가는 전략이다. 하지만 2025년 자동차의 수출 시계에는 안개가 끼고 있다. 2025년 1월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관세(10~20%)를 부과하면 이곳 울산공장과 수출 부두의 불야성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경제를 생각해서라도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불거진 외교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은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조사연구실장은 “미국 등 주요국들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자국의 첨단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정치적인 이해관계와는 별도로 국가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현금 보조 등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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