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을 가장 빠르게 제품 생산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애플이 양산 시기를 미룰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TSMC의 제한된 생산능력으로 공정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된 영향이다. TSMC는 2㎚ 등 첨단 공정의 발빠른 양산을 지원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 공정을 활용한 아이폰 신제품에 적용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양산 시기를 2026년으로 미룰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애플은 아이폰17 시리즈 혹은 18 시리즈에 탑재될 AP 생산을 위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 2㎚ 공정을 활용한 제품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2㎚ 공정은 아직 파운드리 업계에서 대량 양산에 돌입하지 않은 최첨단 공정이다. TSMC와 삼성전자, 라피더스 등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이 이를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TSMC가 고객사 확보와 수율 측면에서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SMC는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현재 공정 테스트를 진행 중으로 애플이 이들 중 가장 먼저 2㎚ 공정을 활용한 양산에 돌입할 기업으로 전망됐다. 현재 TSMC는 아이폰과 맥 시리즈 등 신제품에 탑재되는 첨단 프로세서를 사실상 독점 생산 중이다.
문제는 아직 TSMC의 2㎚ 공정 생산능력이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가운데, 테스트 수요는 늘고 있어 이를 대량 양산하려면 고객사가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 경제일보는 “TSMC 2㎚는 수율이 60% 이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웨이퍼 장당 3만달러(약 4400만원)를 지불해야할 수도 있을 만큼 비싸다”며 “TSMC가 공정 가격을 낮추는 등 효율적인 공정 운영을 위해서는 충분한 생산능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애플도 내년도 아이폰17 시리즈에 탑재될 AP 생산은 2㎚가 아닌 3㎚ 3세대(N3P) 공정을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몰려드는 수요에 TSMC는 생산능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TSMC의 현재 2㎚ 공정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1만장 수준으로 2026년에는 8만장까지 확대하기 위한 시설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3㎚ 공정 생산능력도 늘려, 첨단 공정 주도권을 강화할 방침이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시설투자를 통해 현재보다 2만장가량 늘린 웨이퍼 기준 월 14만장 수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TSMC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2㎚ 공정 시장 선점을 위해 고객사 확보를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공정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수율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존 고객사인 일본 프리퍼드네트웍스(PFN)와 더불어, 국내 팹리스 기업을 고객사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엔비디아, 퀄컴 등 파운드리 제조사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와도 2㎚ 공정을 두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단장)는 “3㎚ 이하 첨단 공정과 관련해 TSMC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생산 시설이 부족해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파운드리 제조 다변화 의지가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이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2㎚ 공정의 수율뿐만 아니라 성능도 고객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수조원대 적자를 떠안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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