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서양 게임사의 지배력은 견고했다.
플레이스테이션(PS)의 독점 개발 스튜디오인 너티독은 PS3 시절부터 이어 온 ‘언차티드’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한편 ‘라스트 오브 어스’를 통해 게임의 스토리텔링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시도를 선보이며 팬들과 비평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또한 산타모니카스튜디오 역시 오랜 기간 사랑 받아온 ‘갓 오브 워’를 지난 2018년 새로운 장르와 스토리텔링으로 PS4에서 선보이며 단순한 액션 게임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외에도 ‘엘더스크롤’과 ‘폴아웃’ 시리즈 등 오랜 제작 기간만큼 출시마다 화제를 모았던 베데스다스튜디오 등 서양 게임사의 시선으로 제작된 타이틀은 늘 그해 최고의 게임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었다.
견고했던 서양 게임사의 지배력이 최근에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다. 동시에 상대적을 숨죽였던 일본 게임사의 타이틀이 부각되면서 비등하던 영향력이 한 축으로 기울고 있다.
일본 게임사를 대표하는 닌텐도는 스위치의 글로벌 히트와 함께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더 와일드’ 등 연이은 자체 제작 타이틀을 비평과 판매량 모두 성공시켰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슈퍼 마리오 IP 관련 타이틀은 합계 1억 8100만 장을 기록했다.
또한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후속작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은 합계 5100만 장을 기록한 데 이어 출시 당시 각종 게임 시상식을 휩쓸며 화제를 모았다.
프롬소프트웨어는 높은 난도로 유명한 ‘다크소울’ 시리즈를 통해 ‘소울류’라는 장르를 정립시키며 수많은 타이틀에 영감을 줄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일본 게임 제작사의 타이틀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과 영향력 모두 성공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는 게임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양 게임사의 경향은 게임의 재미보다 내러티브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게임의 재미에 대한 연구보다는 다양한 스토리텔링과 현실 속 담론을 게임에 가져오는 데 주력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게임을 하는 재미보다는 스토리를 읽고 이해하는 시간이 더 길어져 버렸다.
또, 최근에 사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인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메시지를 앞다투어 다루다 보니 정작 게임의 재미가 뒤로 밀려난 셈이 됐다.
반면 일본 게임사는 여전히 메시지보다는 게임의 재미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느낌이다.
인종과 성별과 같은 민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표현은 서양 게임사와 마찬가지로 조심하게 다루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게임에 대한 재미를 우선시한다.
더불어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전개하던 일본 게임사도 사업 방향을 글로벌로 돌린 점도 경쟁력을 더하게 된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실제로 캡콤의 인기 타이틀인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글로벌 액션 팬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지녔었지만, 판매량 자체는 자국 내 시장 중심이었다.
반면 지난 2018년 출시된 ‘몬스터 헌터 월드’를 기점으로 대규모 편의성과 스케일을 키워 전 세계까지 팬을 확장하며 2500만 장의 판매고를 돌파했다. 이는 캡콤이 출시한 타이틀 중 역대 최고 단일 판매량이다.
‘몬스터 헌터 월드’의 큰 성공과 함께 오는 2025년 2월에 출시된 신작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도 글로벌 팬들의 많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 게임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일본 게임 시장 규모는 2조 1170억엔(약 19조 7255억 원)에 달하며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올해 열렸던 도쿄게임쇼 2024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관람객 수 27만 명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폐막했다.
일본 내수 게임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가며 성장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 성과 역시 이어지고 있기에 일본 업계의 전성기가 다시 한번 재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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