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은 오랜만이라 가슴이 두근댔다. /이윤파 기자 |
입사 이후 첫 해외 출장지는 PGC(펍지 글로벌 챔피언십) 2024가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개인적으로도 6년 만에 출국이라 걱정도 많았다. 지금 돌아보면 공항에서 길을 헤매진 않을지, 여권 같은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하는 필요 없는 고민이었다.
출장 첫날 새벽 5시경, 인천 공항에 도착해 여러 절차를 마치고 비행기를 탔다. 새벽부터 왜 이리 사람이 많은지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탑승이 아슬아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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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타보는 비행기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6시간이 넘는 긴 비행이었지만 앞자리가 뻥 뚫린 편안한 좌석이라 비행이 매우 쾌적했다.
◆ 마! 이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다
그렇게 약 7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오후 2시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도착했다. 영하권 온도를 자랑하던 한국에서 30도를 넘는 말레이시아 땅을 밟으니 적응이 안 되기도 했지만, 습도가 엄청 높지 않아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숙소인 ‘원 월드(ONE WORLD)’ 호텔 옆에는 대형 쇼핑몰이 있었는데, 게임 기자로 해외에 온 만큼 그 곳에 있는 게임샵을 둘러보기로 했다. 게임샵에는 닌텐도, PS, 엑스박스 등 다양한 콘솔 타이틀이 진열돼 있었다.
위풍당당한 P의 거짓과 스텔라 블레이드, 이브는 어지러울까봐 세워드렸습니다. / 이윤파 기자 |
아무래도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검은 신화: 오공’이었다. 한국 게임을 대표하는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와 네오위즈의 ‘P의 거짓’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어 반가웠다.
정신없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중심. /이윤파 기자 |
이후 현지 느낌이 나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쿠알라룸푸르의 중심 도심으로 이동했다. 외향인들만 올법한 화려한 거리 분위기에 압도됐고, 다양한 인종이 모여 얘기를 나누는 모습에 진짜 외국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렇게 첫날을 마무리하고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회가 없는 낮에는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랜드마크를 돌아봤다.
가슴 웅장해지는 바투 동굴. /이윤파 기자 |
가슴 웅장해지는 바투 동굴. /이윤파 기자 |
말레이시아 왕궁 입구. /이윤파 기자 |
첫 번째로 찾아간 바투 동굴은 자연 형성된 석회 동굴로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힌두교 성지다. 동굴 입구에 있는 동상과 가파른 계단이 인상적이었다.
정상까지 오르는 게 쉽진 않았지만 동굴에 도착해 뻥 뚫린 하늘을 보자 웅장한 풍경에 압도됐다. 원숭이가 한국의 고양이처럼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는 풍경도 이색적이었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 왕궁, 므르데카 광장 등 현지 도심에 있는 랜드마크를 찾아 인증샷을 남겼다.
쿠알라룸푸르 피시방. /이윤파 기자 |
쿠알라룸푸르 피시방. /이윤파 기자 |
호텔 근처에 있는 말레이시아 피시방도 방문해 봤다. 하지만 피시방의 규모가 생각보다 작고, 분위기도 뭔가 우중충했다.
현지 게이머들은 배틀그라운드, 도타2, 오버워치, 발로란트 등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현지 피시방 점원은 “말레이시아도 피시방 문화가 활발했으나 코로나를 거치고 개인 PC 보급률이 늘어나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당연한 피시방 프리미엄 혜택도 없다.
한국의 피시방 문화가 말레이시아까지 진출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역시 한국이랑 비교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전 세계가 피시방 사업에 대해 비슷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는 것을 보며 한국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졌지만 잘 싸웠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대한민국’ 외칠뻔 한 사연
600석 자리를 꽉 채운 PGC 2024 현장 /사진=김동욱 기자 |
낮에 바쁘게 말레이시아를 구경했으면 이제는 일할 시간이다. 그랜드 파이널이 열리는 트로피카나 가든스 몰 컨벤션 센터는 PGC의 열기로 가득 찼다. 경기장 밖에서부터 대회를 보기 위해 팬들이 길게 줄을 이뤘다. 현장에 준비된 다양한 팬 체험 이벤트도 언제나 인산인해였다.
응원 열기도 대단했다. 경기장에는 중국, 동남아시아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많았고, 그들의 함성과 야유 소리는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로 컸다.
현장 응원전에서는 밀렸지만, 한국팀의 파이널 첫날 분위기는 최고였다. 광동 프릭스와 T1이 모두 좋은 성적을 보여주며 1일 차 1, 3위를 독식했다. 이어진 2일 차에도 분위기는 좋았다. T1이 1위, 광동 프릭스가 2위를 차지하며 한국팀 간의 우승 경쟁이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마무리가 아쉬웠다. 3일 차에는 유독 한국팀에 자기장 운이 따라주지 않으며 두 팀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4AM이 T1 저격을 조금만 덜 했다면, 광동 프릭스가 2위를 했던 매치에서 치킨을 한 번이라도 더 먹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는 숨 막히는 경쟁 끝에 광동 프릭스와 T1은 각각 3위와 5위로 대회를 마쳤다.
강적이었던 베트남의 TE, PGC 2024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윤파 기자 |
국제 대회만 오면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던 두 팀이기에 이 성적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성과였다. 하지만 초반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에 아쉬운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한국팀의 우승을 축하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두 팀이 이번 그랜드 파이널에서 남긴 경기력은 한국 및 전 세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더 강해질 모습으로 돌아올 두 팀이 기대됐다.
◆ 다음 기회가 있다면, 강해져서 돌아오마
말레이시아를 떠나기 전 아침 숙소에서. /이윤파 기자 |
모든 대회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짧은 잠을 청한 뒤 곧장 일어나 말레이시아를 떠나 한국으로 출발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첫 출장이다 보니 행동이나 생각이 유연하지 못했고, 몸 상태도 100%는 아니라 생각했던 계획들을 다 이행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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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자로 첫발을 내디딘 2024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출장은 2024년의 막을 내리는 최고의 무대였다.
이스포츠 결승 현장은 많이 가봤지만, 역시 해외 대회가 주는 느낌은 달랐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플레이와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이 주는 희열에 다시 감동했다.
아쉬움과 감동을 뒤로 하고 다음 출장 때는 지금에 비해 기자로서 더욱 성장한,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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