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정식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 신학기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AI 교과서를 일괄 도입하려던 교육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찬성 178명, 반대 93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됐다. 이 법안은 이미 검정을 통과한 AI 교과서에도 적용되며 공포 후 즉시 발효된다. 교과서는 모든 학교에서 필수로 채택되고 무상교육 대상이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선택되며 무상교육 대상이 아니다.
AI 교과서 도입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부 추진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교육개혁 정책의 일환이다. 하지만 학생 문해력 저하, 개인정보 침해, 디지털 과의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학부모와 교원단체의 반발을 샀다.
특히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가져올 재정 부담과 교육 격차 심화 가능성이 주요 쟁점이 됐다. 일부 학교는 디지털 인프라 부족으로 운영이 어렵고 디지털 기기 의존이 심화할 경우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교육부는 AI 교과서가 수준별 학습을 가능하게 해 교육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실혁명 선도 교사 8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교육혁신 박람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현장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AI 교과서는 수준별 학습이 가능한 만큼 교육격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실제 AI 디지털교과서를 자세히 살펴본 많은 선생님이 AI 디지털교과서가 실제 수업과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AI 교과서 도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법 개정을 유보하고 인공지능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로 유지하되, 의무 도입 시기를 2026년으로 1년 연기하는 방안을 야당에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AI 교과서를 교육용 자료로 지정하더라도 정규수업에서 활용 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비용이 충당되므로 학부모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연수받은 교사 179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4%가 반대 의견을 나타낸 점을 근거로 AI 교과서는 원래 교과서로 규정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AI 교과서를 ‘교육용 자료’로 지정해 교사와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별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효과성을 검증하려는 취지”라며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와 조정을 이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법안을 공동발의한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실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현재 세계 어느 나라도 AI 교과서를 한번에 전면 도입한 사례가 없다”라며 “교과서 가격조차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잡으라는 교육부의 방침은 일선 교육청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국회 결정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깊은 유감을 표하며 재의 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AI디지털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라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법률을 집행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재의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법안 통과에 따라 AI 교과서를 개발한 에듀테크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 내부에서는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에듀테크 관계자는 “교과서와 교육자료는 확연히 다른 개념인 만큼 업계에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AI 교과서와 관련된 일부 업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법안 통과와 정국 변화를 주시하며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교과서 가격 협상을 발행사들과 어떤 방식으로 다시 진행할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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