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은 ‘어버이날’로 아무리 감정표현 서툰 자녀라도 부모님 생각을 꼭 한번은 하게 되는 날이다. 특히 부모님 연세가 있으신데 떨어져 지내는 경우엔 아무래도 부모님 건강 상태가 걱정이다.
한의원에도 5월이 가까워져 오면 자식이 부모님을 모시고 한의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검사 결과를 토대로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옆에서 지켜보는 자녀분들이 놀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님 건강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으신데 괜히 자녀가 걱정할까 본인의 건강 상태를 숨기는 경우가 다분해서다. 특히 가장으로써 강인해야 하고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우리나라 문화상 아버지들께서 불편한 점을 숨기고 계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버이날에 부모님께서 말씀해 주시지 않는 건강 상태를 관심을 두고 체크해 봐야 한다.
가장 먼저 체크해 봐야 하는 것은 부모님의 식사다. 먼저 식사 시기를 놓쳤는데 배고픔을 느끼지 않거나 식사량이 급격히 준 경우 치매나 우울증 초기를 의심할 수 있다. 우울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 식욕 같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잃어버리는 부분이다. 거기에 더해 방금 식사했는데 까먹고 다시 식사하려 한다면 치매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공복 때나 식사 후에 기침이 잦으면서 목에 뭔가 걸려있는 느낌이 있다면 역류성 식도염 또는 매핵기(梅核氣)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비인후과 내원을 통해 인후에 이물감이 실체가 있는지 확인을 했을 때 실체가 없다면 매핵기라고 해서 스트레스로 인해 인후 이물감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한의원에서 기를 풀어주는 침 치료와 의료보험이 되는 한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보행하시는 부분도 잘 체크해 봐야 한다. 걷는지 얼마 안 돼 다리가 땅기고 내 다리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지 여쭤보는 것이 좋다.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이는 신경성 파행(跛行)이라 해 허리뼈 사이에 뼈가 자라서 신경을 압박하는 협착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어르신들이 나이 탓으로 방치하기 쉬운데 보행이 힘들어지면 운동량이 줄면서 급격히 체중이 증가하고 성인병이 나타나기 쉬우므로 치료가 필요하다.
초기에 발견해 침 치료와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로 꾸준히 관리하고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첩약 의료보험 시범사업’을 활용하면 한의원에서 맞춤 한약을 의료보험의 보장을 받아 본인은 30%의 비용만 부담하고 한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복용하시는 약은 얼마나 드시는지도 신경 써봐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내 70대 노인 중 5개 이상 약을 드시는 분이 70% 이상이다. OECD 평균이 48%인 점에 비교하면 10명 가운데 7명은 약을 5개 이상 복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으로 약을 오래 드시는 분들이 약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약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혈압약을 오래 드시면 다리가 붓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뇨제를 처방받고 이뇨제를 드시다 보면 요실금이 와서 요실금 치료제를 처방받으면 변비, 인지 저하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그러면 치매나 뇌 영양제를 복용하다 보면 졸음이나 무기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문제는 한 분의 의사에게서 처방받는다면 이러한 약들을 상호작용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처방받을 수 있지만 각각 다른 의사에게 따로따로 약을 처방받은 경우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현재 처방받은 약이 많으면 점검을 받도록 해야 한다.
어버이날 선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건강에 대해 유심히 여쭤보고 관심을 둔다면 가족 간의 사랑이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글/ 이한별 한의사·고은경희한의원 대표원장(lhb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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