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신작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A New Musical) 리뷰
“더 화려하게” “더 웅장하게” “더 압도적으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A New Musical) 프로듀서인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마크 부르니(Marc Bruni) 연출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신 대표와 마크 부르니 연출의 뜻대로 스케일은 압도적으로 커졌고, 화려함으로 무장한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들과 비견해도 주눅들지 않을 만큼 매혹적이고 웅장하게 출발했다.
일단 ‘위대한 개츠비’가 막을 올린 브로드웨이 씨어터는 1924년 개관해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등이 공연된 유서 깊은 극장으로, 브로드웨이의 41개 극장 중 둘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높게 쭉 뻗은 네온사인이 반짝이고, 그 밑으로 개츠비의 화려한 간판이 관객을 이끈다.
관객들은 개츠비의 저택(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파티에 합류하게 된다. 각층마다 설치된 바(bar)에 가득한 온갖 종류의 술부터 무대 위의 조명, 음악과 안무, 의상까지 관객이 보고 느끼는 것에 있어 그 어느 것 하나 ‘미니멀’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미국적 자본주의가 화려하게 꽃피기 시작한 1920년대, 백만장자 제이 개츠비와 데지이 뷰캐넌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비로소 시작된다. 사실 작품은 내용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필독서로 꼽힐 정도다.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평가 기준도 높다는 말인데, 문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관객들에게 이 뮤지컬은 다소 불친절하거나, 불성실하게 느껴질 순 있다. 1막은 쇼뮤지컬 형식을 따르면서 화려함에 최대한 집중하는데, 이런 화려함으로 원작에 담긴 풍요로움 뒤의 사회적 불평등, 계층 간의 갈등, 세대의 갈등,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비판 등의 비극적 요소를 가려버렸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은 맞고 반을 틀리다. 화려함으로 가린 것은 맞지만, 그것을 ‘없앤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1막에서 쇼뮤지컬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화려함을 극으로 끌어올렸던 덕분에 최후에 결국 닥칠 비극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다. 이를 완벽하게 만드는 도구는 제이슨 하울랜드(Jason Howland)의 음악과 도미니크 켈리(Dominique Kelly)의 안무다.
특히 2막 중반부 파티에서 배우들이 함께 탭댄스를 선보이는 구간이 있는데, 코앞까지 다가온 비극 앞에서 희망을 마지막까지 부여잡기 위해 발악하는 듯한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처연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이후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를 통해 함축적으로 전달되는 비극은 더 잔잔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결국 가장 위대한 듯 보였던 이 파티는 가장 위대한 비극이었던 셈이다.
화려한 볼거리도 압도적이지만, 그렇다고 문학적으로 결코 무게감이 없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위대한 파티를 가장한 위대한 비극이 주는 울림이 묘하게 다가온다.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 25일(현지시각)부터 뉴욕 브로드웨이 씨어터에서 상연 중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