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이 쏘아올린 공] 케이팝 ‘포토카드’가 드러낸 현실
그룹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등을 보유한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이자 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 사이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민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찬탈’을 의심한 하이브는 그를 경찰에 고소했고, 민 대표 역시 이에 맞서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격화한 분쟁의 최정점은 지난 25일 두 시간여 동안 취재진 앞에 나선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이었다.
이날 민 대표 발언의 핵심은 “어도어의 경영권을 찬탈할 계획도, 의도도 없었다”는 것, 그래서 “실행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와 또 다른 점에서 눈길을 끈 것은 현재 케이팝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노래를 홍보하고 음원 및 음반을 판매하는 방식에 대한 민 대표의 ‘문제 제기’였다.
“랜덤 카드 만들고, 밀어내기하고 이런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제발. 그런 것 없이 좀 해보자. 저희는 밀어내기 안 한다. 뉴진스는 안 하고 이 성적이 나왔다, 포토카드 없이. 밀어내기를 알음알음 다 하고 있다.”
최근 가수들은 새 앨범을 발매하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카드 형식으로 만들어 실물앨범에 끼워 넣는다. 멤버수가 많은 인기 아이돌 그룹일수록 포토카드의 수량이 많아지고, 어떤 멤버들의 것이 그 속에 담겼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팬들은 이를 소장하기 위해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한다. 다만 외형상 또는 수록 콘텐츠에 일부 변화를 주는 경우가 대체적인 흐름이다.
유통사는 이 같은 방식으로 발매된 앨범의 초반 일주일치 판매 물량을 구매하고, 기획사는 가수들의 팬 사인회 등 행사를 통해 앨범 판매를 돕는 일명 ‘밀어내기’에 나선다.
민 대표는 “밀어내기” 관행이 시장을 교란시킨다면서 “팬들에게 다 부담이 전가된다. 연예인도 너무 힘들다. 멤버들이 기죽을까 봐 갔던 애들이 또 가고, 앨범도 또 사는 거다. 지금 음반시장이 너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문제를 제기한 케이팝 음반 판매 관행이 변화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가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28일 “음반 판매량이 팬덤의 규모를 통한 아티스트의 인기를 드러내고, 이를 기획·제작한 기획사들의 시장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케이팝 앨범 판매량이 해를 거듭하면서 매년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써클차트 집계를 보면 지난해 케이팝 앨범 판매량은 1억1600만여장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여기에 팬들의 실물음반 구매 욕구 역시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년 동안 발매된 주요 케이팝 음반 50종과 관련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500명 가운데 52.7%가 포토카드 등 굿즈를 수집하기 위해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랜덤 굿즈를 얻기 위해 음반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194명으로, 같은 앨범을 평균 4.1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 사인회 등 이벤트 응모를 목적으로 음반을 구입한 소비자도 102명에 달해 평균 6.7개를 산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케이팝 팬들의 음반 판매 관행 개성에 관한 관심도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를 보면, 케이팝 음반 구매자들이 음악을 듣는 방식으로 꼽은 최대 경로는 음원 및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무려 83.3%에 달했다. 반면 실물CD를 통한 음악감상은 5.7%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팬덤 마케팅과 관련해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15.2%가 ‘굿즈의 랜덤 지급 방식’을 꼽았고, 과도한 음반 구매 행위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이들도 67.8%였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기치 아래 결성된 ‘케이팝 포 플래닛’을 비롯해 일부 케이팝 팬들은 포토카드를 비롯한 부가 콘텐츠를 담은 실물앨범을 중복 또는 반복 구매하게 하는 것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케이팝 팬들의 자각과 거기서 출발하는 관행 개선 요구인 셈이다.
이는 희망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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