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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손해 볼 결심’…적자 예상에도 리버버스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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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리버버스’의 모습 시안/사진=서울시
‘한강 리버버스’의 모습 시안/사진=서울시

지금까지 서울의 대중교통이라고 하면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조만간 이런 생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오는 10월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에 ‘리버버스’가 도입되는데요. 서울시는 지난 15일 리버버스 준비 상황을 보고했는데요. 현재 리버버스 선박 8대를 건조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서울시의 이 야심찬 수상교통계획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의회에 제출한 리버버스 운영 조례안 비용추계에 따르면 리버버스는 오는 2029년까지 사업 출범 초기 6년간 약 80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는 이 적자를 지방세 수입으로 보전한다는 계획인데요. 리버버스가 적자 누적 끝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새빛둥둥섬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민이 적지 않습니다. 
 
리버버스, 대중교통 역할 해낼 수 있을까?
 
한강 리버버스(river bus)는 서울시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수상 대중교통’ 사업입니다. 육지를 넘어 한강에도 속도, 용량, 운임 등에서 적정한 조건을 갖춘 교통수단을 만들겠다는 취지인데요.
 
리버버스의 선박은 길이 35m‧폭 9.5m로 한 번에 199명까지 탑승할 수 있습니다. 평균속력은 17노트(31.5km/h), 최대속력은 20노트(37km/h)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버버스는 한강 물길을 따라 마곡, 망원, 여의도, 잠원, 옥수, 뚝섬, 잠실 등 총 7개 선착장을 연결하는데요. 이 선착장을 상·하행 편도로 평일(6시 30분~22시 30분)에는 하루 68회, 주말과 공휴일(9시 30분~22시 30분)에는 48회 운항할 예정입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15분 간격으로, 그 외 시간대와 주말·공휴일은 30분 간격으로 배차됩니다.
 
소요시간은 리버버스의 일반노선을 이용하면 마곡에서 잠실까지 이동하는 데 75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마곡나루역에서 잠실역까지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할 경우 약 42~46분이 걸리는 것과 비교했을 때 소요시간이 단축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셈인데요.
 
출퇴근 시간대에는 마곡·여의도·잠실 선착장 3곳만 정차하는 급행노선도 16회 운행합니다. 급행노선은 같은 거리를 21분이 단축된 54분 만에 이동하는데요. 서울시는 “선착장까지 가는 대중교통을 보강해 교통수단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리버버스를 도입하면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지하철 9호선의 혼잡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장빗빛 전망도 존재합니다. 지하철의 혼잡이 싫어 리버버스를 선택하는 출퇴근 수요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인데요. 특히 리버버스는 공간이 넓어 휠체어 등 교통 약자의 이동을 도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로선 휠체어를 탄 승객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리버버스 내에는 자전거 거치대도 설치할 예정이라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어려웠던 자전거 휴대 탑승도 가능합니다.

한강 리버버스 7개 선착장 지도 및 운행 개요/사진=서울시
한강 리버버스 7개 선착장 지도 및 운행 개요/사진=서울시

선착장까지의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리버버스는 대중교통으로서 가장 우수한 편의성을 자랑합니다. 리버버스는 전원 좌석제로 운행되고 좌석별 테이블도 제공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비해 흔들림이 덜하기 때문에 이동 중에 테이블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업무를 보는 등 탑승시간을 유용하게 이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도로 정체가 가장 심한 출퇴근 시간대에도 교통체증이 없다는 것 역시 장점입니다. 서울시는 정시성을 확보해서 예측 가능한 운행에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선착장 내에는 지하철역과 마찬가지로 대합실과 편의점, 카페 등의 편의시설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선내에도 카페테리아가 조성됩니다.
 
요금은 편도 기준 3000원입니다. 기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보다 비싼 가격인데요. 광역버스 기본요금과 동일하게 책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리버버스도 여느 대중교통과 마찬가지로 수도권통합요금제에 포함되어 환승할인이 적용되는데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다가 리버버스를 타면 기본요금의 차이인 1500원만 더 내는 식입니다. 나아가 한강 리버버스까지 이용 가능한 기후동행카드도 추가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면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리버버스 운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당초에는 김포골드라인의 포화 등을 해소하고자 김포와 여의도를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요. 예산 문제와 준비 부족 등으로 일단 첫 운행지에서는 제외됐습니다. 시는 2025년 이후부터 이용 추이를 반영해 한강 주요 지점인 상암, 노들섬, 반포, 서울숲, 김포아라한강갑문, 당산 등으로 선착장을 차츰 확대할나갈 예정입니다. 이에 발맞춰 선박 수도 2026년 10대, 2027년 12대, 2029년 14대 등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한강 리버버스 디자인/사진=서울시
한강 리버버스 디자인/사진=서울시

만만치 않은 반발 여론시는 일단 추진
 
리버버스를 바라보는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리버버스 계획은 첫 발표 때부터 이미 많은 반발 여론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특히 시간 단축 효과가 미미하고 선착장까지의 접근성이 낮아 리버버스 이용이 활발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요.
 
앞서 언급했듯이 한강 리버버스는 급행 운항을 이용하더라도 마곡에서 잠실까지 예상 소요시간이 54분입니다. 9호선 급행 소요시간보다 약 10분 정도 더 오래 걸리는 것인데요. 게다가 여의도·옥수·뚝섬을 제외한 선착장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소요시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집니다.
 
시는 이에 선착장 주변에 따릉이를 배치하는 등 선착장까지의 접근성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수단을 바꿔 타야 한다는 부담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리버버스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 직장인은 “출근시간은 분초를 다툰다”며 “환승 불편 때문에 리버버스를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리버버스의 용도가 결국 관광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주용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본부장은 “시간 경쟁력이 지하철보다 높다고 할 순 없다”며 “관광객 비중이 갈수록 높아져 관광용과 교통수단(비율)이 8 대 2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리버버스의 수요가 부진할수록 서울시에서 감당해야 하는 손해의 규모는 불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리버버스 운영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이랜드그룹 산하의 이크루즈가 공동 출자한 합작법인이 맡게 될 예정인데요. 

유선 및 도선사업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도선의 안전운항과 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해 필요한 경우 사업자에게 적자 노선에 대한 손실보전 등에 드는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 실제 서울시는 서울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와 버스업체들에 보조금을 일부 지급하고 있습니다.

리버버스 역시 리버버스 운영으로 발생하는 운항결손액 즉 지출금이 수입금을 초과한 경우 그 차액을 시가 재정지원으로 보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는 오는 2029년까지 6년 동안 발생할 적자의 규모가 총 80억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승선률의 경우 운영 첫해를 평균 20%로 잡고 해마다 2%씩 상승할 것으로 다소 보수적으로 잡고 계산한 수치입니다.
 
시는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지원금 지급은 불가피하며 리버버스 이용이 활성화되면 운항결손액 재정지원은 불필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지하철·버스·따릉이 대중교통 모두 만년 적자 사업”이라면서 “교통·인프라 사업은 최소 2~3년 적자를 감수하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다. 초기 적자가 일정 기간 지속되더라도 리버버스를 꼭 시민의 발로 완성도 있게 만들어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유선 및 도선 사업법

제36조(보조금의 지급 등) ① 지방자치단체는 도선의 안전운항과 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영세 도선사업자의 노후 선박의 교체, 안전시설의 설치 및 개선, 적자 노선에 대한 손실보전 등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 리버버스 운영과 환경친화적 선박 보급 촉진에 관한 조례

제8조(재정의 지원) ① 시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예산의 범위에서 사업자에게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1. 리버버스 사업의 운항결손액이 발생한 경우
2. 그 밖에 리버버스 운항에 필요하다고 시장이 인정하는 경우
② 재정지원 금액 및 방식 등 구체적인 사항은 사업자와 제22조의 협약을 통해 정하고, 제16조에 따른 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밖에 서울시가 타당성 조사를 미비하게 진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앞서 서울시가 사업성이 부족한 면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중앙투자심사를 회피하기 위해 리버버스 사업 전반이 아닌 선착장에 대해서만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시는 이에 대해 선착장 조성과 리버버스 도입이 연계성은 있지만 각각의 목적이 달라 기본설계와 절차를 별도로 추진하고 있어 단일 사업으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별개의 사업이기 때문에 중앙투자심사를 이행하지 않았을 뿐 절차를 회피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17년에도 리버버스 사업을 추진하려다가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무산된 적이 있는데요. 한 시의원은 이러한 전적이 있는데도 시가 무리하게 리버버스 사업을 강행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시는 두 개의 사업은 선박의 도입 규모, 운항계획(구간, 노선, 간격 등) 측면에서 엄연히 다른 사업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리버버스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리버버스가 우리나라의 수상 대중교통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이다겸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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