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화관 탐방기②] 광주독립영화관GIFT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독립영화' 보고싶은 관객들을 위한 공간
광주독립영화관(Gwangju Independent Film Theater)의 약자는 ‘GIFT’다. 즉 ‘선물’이라는 뜻으로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영화를 전하는 선물 같은 극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2017년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전용관 설립지원 사업을 통해 개관해, 광주지역의 영화단체와 창작자들로 구성된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운영 중이다.
상업 영화에 비해 상영되는 곳이 많지 않아 선택이 제한된 독립영화, 그리고 독립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광주독립영화관은 오늘도 문을 활짝 열었다.
광주독립영화관은 광주영상복합문화관 6층에 위치해 있다. 이 곳은 과거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세무서가 있던 자리였다. 시민들이 독재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면서 세무서를 불태워 없애버렸다. 그리고 광주시민들에게 상징과 같은 장소에서는 매일 독립영화들이 스크린에서 피어나고 있다. 광주독립영화관 한재섭 사무처장은 “소수자의 인권을 억압해 저항하기 일어났던 518 운동의 상징적인 곳에서, 소수를 위한 영화를 상영되고 있으니 의미가 있다”라고 전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영화 생태계 성장 및 확대"
광주독립영화관에 들어서자마자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민트색 벽면이 눈에 띄었다. 민트색 벽면 가운데는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 이상훈 이사장이 직접 공수해온 제21회 끌레르몽 페랑 단편 영화제 공식 포스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 상영 중인 영화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광주는 광주극장이 먼저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있었기 때문이 지난해까지는 한국영화만 틀자는 기조를 5년 동안 유지해 왔어요. 올해부터는 한두 편씩 외국영화도 틀기 시작했어요. 다른 예술전용영화관과 크게 상영작 차이는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기획전으로 우리 색깔을 드러내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영화관은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518 영화제를 상시적으로 진행해 왔죠.”(한재섭 사무처장)
광주독립영화관을 조금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운영 주체가 되는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의 뿌리와 역할의 이해가 필요하다.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는 광주의 영화인과 영상제작자들의 연대를 통해 시민 누구나 영화제작과 영상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광주독립영화관을 개관했고, 영상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 영화 비평지 ‘SCENE1980’ 발간, 지역 영화 정책 연구 및 광주 영화사 아카이브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즉, 광주 지역 영화 생태계 성장 및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다.
“결국 지역에서 독립영화나, 독립영화 생태계를 잘 만들어 나가보자는 게 중요한 목표죠. 그 중 하나는 시민들에게 ‘어떻게 더 독립영화를 알릴 수 있느냐’ 였고요. 대부분 독립영화협회나, 미디어센터가 주축이 돼 활동하는데 저희는 (사)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중심이 돼 뻗어나가고 있습니다.”(한재섭 사무처장)
“연대가 출범하는 큰 기조는 지역마다 영화사가 있을 테니, 이걸 연구하고 조사하고 발굴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난해는 1990년대 광주 독립 영화들을 연구하고, 그 때 참여한 사람들과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하는 등의 행사를 진행했어요.”(이경민 프로그래머)
최근 개관 6주년을 맞은 광주독립영화관은 독립영화의 위기 속에서 한국영화에서의 독립영화의 위치와 중요성을 되새기고자 하는 취지로 ‘오래된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기획전이 열렸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임순례 감독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상영 후 GV를, 장재현 감독은 ‘단편모음2’ 상영 후 ‘장재현이라는 장르의 탄생’ GV를 진행했다. 이 기획전은 이경민 프로그래머가 전면에 나섰다.
“1월부터 이 기획전을 공 들였어요.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6년 동안 영화관을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이번 기획전을 통해 시너지가 난 것 같아 기뻤죠. 임순례 감독의 데뷔 30주년을 가장 먼저 축하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게 기뻤어요. 또 현재 지역영화 독립영화가 위기를 맞이했잖아요. 맨날 성명서만 발표하지 말고 영화제 형식으로 담아내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그게 이번 기획전의 출발이었죠. 그래서 지금의 주류가 된 감독님들의 독립영화 데뷔작을 틀었고요.”(이경민 프로그래머)
광주독립영화관은 관객들이 직접 프로그래머가 되는 기획전도 지난해부터 시도해 보고 있다.
“독립영화 중심으로 관객들이 직접 주제를 잡고, 배급하고,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 걸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죠. 이런 걸 시도한 극장을 중심으로 관객 문화가 제작 말고 더 다양하게 즐길 것이 있었으면 했어요.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고 싶지 않은데 제작 말고는 무엇이 있을까 싶었거든요. 올해부터는 서포트를 선발해 20대 친구들이 프로그래머 역할도 하고 다른 시네마 커뮤니티와 관련한 기획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들로 지역 독립예술영화의 생태계가 조금씩 넓어지길 바라요.”(이경민 프로그래머)
이들은 광주독립영화관의 색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스터디와 토론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도달한 광주독립영화관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한국영화나 독립영화계 가장 뜨거운 현안 같은걸 공부해서 상영작이나 기획전에 잘 녹이는 것이 우리의 색이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이경민 프로그래머)
“지역 영화의 패러다임을 한 번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여전히 우리를 작동시키고 있어요. 그래서 이상훈 이사장님을 필두로 지역 영화의 비평, 연구, 새로운 담론 등 무엇이든 광주가 중심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고, 광주독립영화관이 그 역할의 중심에 있고 싶어요.”(한재섭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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