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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면접시간 변경해달라”…대법, 재림교 수험생 손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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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종교적 이유로 면접시험 일정 변경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해 불합격했던 수험생이 로스쿨을 상대로 최종 승소했습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틀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시험 일정 변경 요청을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 등장한 건데요. 대법원 관계자는 “소수자인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도록 행정청의 헌법상 의무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면접시간 안 바꿔준 로스쿨에 ‘행정소송’

지난 2020년 원고 A씨는 B대 로스쿨 서류 전형에 합격한 후 토요일 오전 면접에 응시할 것을 안내받았습니다. 그런데 A씨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교인이었는데요.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출근, 사업, 학교 활동 등 세속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시험 응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A씨는 로스쿨 측에 토요일 가장 마지막 순번으로 자신의 면접순서를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해가 진 뒤에는 면접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대학 측은 무작위로 면접순서를 정한다는 모집요강에 따라 이를 거부했고 결국 A씨는 면접에 결시해 불합격 처리됐습니다. 당시 B대 로스쿨 면접은 토요일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A씨는 B대의 이의신청 거부가 위법하다며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처분 및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봤지만 2심은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B대는 행정소송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는데요.

행정소송이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이나 공권력의 행사·불행사 등으로 인한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재판절차입니다. 이 중 항고소송은 행정청이 우월한 지위에서 행한 행정작용에 불복하는 소송을 말합니다. 다시 △취소소송 △무효확인소송 △부작위위법확인소송 등으로 구분됩니다.

A씨가 제기한 취소소송은 법원에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을 취소 또는 변경해달라고 청구하는 소송입니다. 행정소송법 12조에 따라 처분의 취소로 법률상 이익을 회복할 수 있는 자만이 원고적격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정부의 의대 증원 처분에 관해 직접 상대방인 대학 총장만이 원고로서 적격하다며 대학 교수나 전공의, 의대생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죠.

A씨의 경우 당해 로스쿨 입시가 종료돼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원상회복은 어려울 거란 우려가 있었는데요. 이와 관련, 대법원은 A씨의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동시에 “불합격처분이 취소될 경우 원고가 1단계 평가를 별도로 거치지 않고 곧바로 면접평가를 받을 여지가 있어 원고에게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취소소송은 대상적격으로 ‘처분성’을 요합니다. 처분이란 행정청의 특정 사안에 대한 법 집행으로서 개별 국민의 구체적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해야 하는데요. 주체가 행정청이더라도 당사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맺은 공법상 계약, 일반·추상적 성격의 법규명령, 사무처리나 행정지도와 같은 비권력적 사실행위 등은 처분성이 없습니다.

B대의 이의신청 거부가 처분으로 인정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B대가 국립대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설립·운영한 학교의 결정이 구체적인 법효과를 낳는다면 행정청의 처분으로 볼 수 있죠.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국립대학교 총장인 피고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자 기본권의 수범자”라고 판시했습니다.

판례는 국립 교육대학 학생에 대한 퇴학처분에 대해 명백한 행정처분이라고 해석한 바 있는데요. 국가공권력 중 하나인 징계권을 발동해 학칙 위반자인 재학생의 신분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것이 구체적 법집행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죠. 또 국립대학의 학칙개정행위의 처분성을 긍정한 대법원 판결도 있습니다.

만약 B대가 사립대학교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이 경우 행정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으로 다퉈야 합니다.

행정소송법

제2조(정의) ①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처분등”이라 함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하 “處分”이라 한다)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

제4조 (항고소송) 항고소송은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1. 취소소송: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등을 취소 또는 변경하는 소송
2. 무효등 확인소송: 행정청의 처분등의 효력 유무 또는 존재여부를 확인하는 소송
3. 부작위위법확인소송: 행정청의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송

제12조 (원고적격) 취소소송은 처분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 처분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등의 집행 그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

제19조(취소소송의 대상) 취소소송은 처분등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재결취소소송의 경우에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한다.

/사진=머니투데이
/사진=머니투데이

◇대법 “불합격 처분은 실질적 평등 외면한 ‘간접차별'”

대법원은 B대의 상고를 기각하고 불합격 처분이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는데요. 면접일시 변경 거부 처분은 비례 원칙을 벗어난 기본권 침해 행위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입시 과정에서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다소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재림교 신자들이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B대가 종교적 소수자인 A씨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실질적 평등 의무를 외면한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본 거죠. 

우리나라 헌법 제11조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는 형식적 평등뿐 아니라 개인의 조건이나 한계를 고려해 기회를 주는 실질적 평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즉 개인의 차이에 따른 사회적 격차를 인정하고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간접차별이란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특정 집단에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해 실질적 평등을 침해한 것을 의미하는데요. 요건을 3가지로 정리하면 △외견상 평등 대우 △비교집단 중 일방에 불리한 결과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 결여 등입니다. 채용 시 성중립적인 평가 기준을 내세웠으나 모집 결과에서 한쪽 성별에 편중되는 결과가 반복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또 대법원은 국립대인 B대의 기본권 실현에 대한 헌법상 의무를 강조했는데요. 회사와 같은 사적 단체의 경우 차별처우가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야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공권력 주체는 헌법상 평등원칙의 직접적인 구속을 받아 차별처우의 위법성이 폭넓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B대가 A씨의 불이익 해소를 위해 적극적 조치에 나서지 않아 헌법 제11조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확정판결로 불합격 처분이 취소된 A씨는 올해 B대 로스쿨 입시 전형에서 서류전형을 면제받고 면접에 응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1조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종교적 자유’ 이유로 일정 변경 요청…면접 아닌 지필고사였다면? 

다만 이번 사례는 면접고사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필고사였다면 A씨가 승소할 확률은 매우 희박해집니다.

사건 재판부는 “A씨의 종교적 양심이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해도 국가나 사회, 타인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언급했는데요. 헌법 제20조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 △종교적 행위의 자유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로 구성됩니다.

신앙의 자유와 달리 종교적 행위의 자유는 절대적 자유가 아닙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는 기본권이죠. 다만, 이 경우에도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습니다. A씨와 같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일정 변경을 요청거나 결시하는 것은 교리에 따라 생활할 수 있는 자유로서 종교적 행위의 자유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과거 기독교 신자가 사법시험이 일요일에 실시돼 시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됐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적이 있는데요. 헌법재판소는 “일요일 시험 시행은 다수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종교의 자유가 어느 정도 제한되더라도 공공복리상 부득이한 제한으로 봐야 한다”며 “비례의 원칙에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고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이밖에도 재림교 신자들이 토요일 시행되는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는 불이익으로 헌법재판소에 시험일정 변경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습니다. 2010년 헌재는 법학적성시험과 사법시험 모두 토요일에 실시하는 것과 2023년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이 토요일 일몰 전 치뤄지는 것에 대해서도 합헌이라는 입장을 보였죠.

개별적으로 치뤄지는 면접 일정 변경은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조정할 수 있고 시험의 공정성이나 형평성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도 어렵죠. 그럼에도 B대가 면접일시 변경을 거부한 것은 A씨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받게 된 중대한 불이익을 방치해 위법하다는 결론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시행해야 하는 지필고사의 일정을 바꾸는 경우 수험생, 감독관 등 제3자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각종 국가시험이 수험생들의 일상을 배려해 공휴일에 시행되고 있는데요. 국민 전체의 이익과 편의를 고려할 때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 시험 일정이 부득이한 기본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원고에 대한 면접평가는 개별면접 방식으로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며 다른 응시자들의 면접시간을 일괄 변경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지필시험의 경우 문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응시자들이 동시에 시험에 응시해야 할 공익적 요청이 높아 특정 응시자에 대해서만 시험일정을 변경하기 어렵고, 다른 모든 응시자의 일정을 일괄 변경할 경우 그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과 혼란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20조 ①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제37조 ②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장지수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법률앤미디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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