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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우리’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공간을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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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화관 탐방기①]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상영관 입구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상영관 입구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강원도 유일 독립예술극장(구, 신영극장)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강원도 지역에서 흥행 위주의 상업 영화가 아닌 다양성 영화를 중심으로 상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1960년부터 운영된 신영극장이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관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2009년 폐관했지만, 지역 내 영화인이 구성한 비영리 민간단체 강릉씨네마떼끄가 시민,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12년 지금의 신영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2016년 정부로부터 지정하는 영화를 상영해야만 지원을 해준다는 소식에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이콧을 했다. 자본이 없다 보니 유지가 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이대로 강릉씨네마떼끄와 강릉 시민들은 오랜 시간 강릉 극장계 역사이자 랜드마크인 신영을 그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수 없었다. 여기에 독립, 예술 영화 전용관의 역할과 중요성에 강릉시가 공감해 지원을 결정, 2017년부터 다시 관객들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벽면에 배치된 영화 DVD, 잡지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벽면에 배치된 영화 DVD, 잡지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은 강릉시 임당동, 신영빌딩 4층에 자리하고 있다. 강릉 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이면 갈 수 있지만 도보로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구도심 중심에 위치해 있어 관광객과 강릉 시민들에게 눈에 띄기 좋은 위치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을 열면 영화인들의 놀이터가 펼쳐진다. 강릉씨네마테끄가 수집한 영화 DVD와 키노, 씨네21, 로드쇼 등의 잡지가 배치돼 있다. 꼭 영화를 관람하지 않아도 잡지를 읽고 DVD를 대여할 수 있다. 특히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지속가능성을 응원하는 영화인들과 시민들의 다정한 응원 메시지들이 공간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시민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실무를 맡고 있는 송은지 프로그래머는 이 공간이 강릉 시민들의 추억과 상징을 대변해 주고 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운영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지만, 커뮤니티를 조금 더 활성화하고 싶어요. 지금은 늘 항상 아쉬운 게 영화를 본 후, 비평 수업 등을 마친 관객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크지 않아요. 영화도 상영할 수 있고 관객들이 와서 더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상영관 외 여유 공간이 로비만 있는 게 너무 아쉬워요. 사실 수집해놓은 비디오테이프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요. 공간의 여건 개선을 위해 운영의 안정화, 프로그램 확장 등 관문이 많겠지만 여러 가지 방향으로 모색 중입니다. 영화관은 ‘물리적 공간’이잖아요. 영화는 ‘환영’이라도 물리적인 것들이 잘 구성되면 더 많은 관객들이 와주시지 않을까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응원한 영화인들의 흔적ⓒ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응원한 영화인들의 흔적ⓒ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3년 동안 또 다시 부침이 있었지만 관객 수가 회복되고 있는 것을 보며 꾸준히 해나가면 되겠다는 안도감을 얻었다. 송은지 프로그래머는 이 공간을 키워나가며 위기를 통해 확신을 함께 확인하고는 한다.

“여전히 여럽기는 하지요. 1만 명 정도였던 관객이 코로나19로 5000명까지 떨어졌어요. 그러다가 지난해 7000명으로 올랐어요. 저희가 지금 목표로 하는 건 1만 명이고, 올해는 8000명 정도를 예상하고 있어요. 그러면 대략 월에 800명 정도의 유료 관객들이 찾아주셔야 해요. 쉽지는 않겠지만 GV, 씨네토크 등 기획전 등 유인책을 준비하려고 해요. 1000만 영화가 나오면서 나오고 영화가 재미있으면 영화관에 관객을 찾는다는 게 인증이 됐잖아요. 막연한 불암감이 해소됐죠.”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게 붙는 수식어는 ‘강원도 유일’이다. 이 수식어가 여전히 자랑스럽지만 재개관한 지 12년이 되어가는 지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강원도에서 가장 큰 강릉에서 독립영화 전용관이 하나라고 말하는 게 이게 언제까지 자랑할 일인가 싶더라고요. 분명히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은 맞기는 하지만, 이 공간 하나로 강원도의 문화 거점이 버텨나가는 게 말이 되나 싶은 마음이 한편에 있는 거죠. 좋으면서도 아쉬운 양가적인 마음입니다.”

영화관과 OTT를 통해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을 운영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처음 만들어내는 것보다 다시 재개관해 유지해나간다는 점에서 송 프로그래머는 명분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뿐만 아니라 다른 독립예술전용관도 많이 찾아가주셨으면 해요. 영화를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이제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어떻게 영화를 더 잘 소개하고 발걸음 하게 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겠습니다. 강릉에 오신다면 바다만 보지 마시고 좋은 영화 한 편도 즐기고 가세요. 아니, 영화 보지 않더라도 여기서 공간을 즐기고 가셔도 됩니다.”

데일리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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