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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이 서로 헐뜯고 각자 자신의 공약만 내세우는데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을까요? 보기만 해도 지쳐요.”
제22대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에서 만난 정모씨(20·여)는 이번 선거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상대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내놔도 과거 흔적으로 비판만 하고 ‘절대 안 된다’고 소리지르기만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30세대 청년층이 정치에 무관심한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이어졌다. 서로 헐뜯고 인신공격도 마다 않는 정치인들의 모습과 진영 갈등에 매몰된 모습은 청년들로 하여금 ‘정치혐오’를 갖도록 부추겼다. 그 결과 청년을 대변할 정치인조차 없어 관심도 역시 크게 떨어져 있다.
이화여대 학생회관 1층 게시판에는 ‘대학생들은 기후위기를 막을 국회의원을 원한다’고 적힌 대자보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런 대자보가 붙어있는지는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졸업을 앞둔 이모씨(25·여) 역시 사전투표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누굴 뽑을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그는 “이번에 보니 뭔가를 새롭게 바꾼다거나 고치겠다는 정치인이 크게 눈에 안 띄는 것 같다”며 “곧 취업을 앞두고 있는데다가 물가까지 계속 올라 스트레스가 크다. 정치인들이 우리 같은 대학생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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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만난 김모씨(22)도 앞서 만난 이들과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씨는 “경제는 어려워지는데 좀처럼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고 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며 “최근 대학생 딸을 사업자로 위장해 대출받았다는 양문석 후보를 보면 그들만의 리그가 있긴 있는 것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재학생 하모씨(25·여)는 자신을 포함해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어차피 뽑아봐야 피부로 와 닿는 정책도 없고 솔직히 뭐가 어떻게 바뀌는 건지도 모르겠다”며 “정치인들이 청년과 관련해 고민이나 연구를 해본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질책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 부근에서 만난 이모씨(20·여)는 최근 조국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와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보며 정치인 부모를 둔 자녀들의 특권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이씨는 “정치인 부모 덕분에 특권을 누리는 자녀들을 보면 솔직히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한다”며 “저는 지방에서 올라와서 살 곳 구하기도 힘든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에는 진보정당을 규탄한다는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해당 대자보에는 ‘모든 공간에서 민주당과 연대하는 진보정당 규탄에 나서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를 눈 여겨 보는 이는 없었다. 지나가던 2명만이 게시판을 돌아봤지만 대자보는 보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서울대 인근에서 만난 이모씨(20)는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는 민주당, 비례후보는 더불어민주연합을 뽑을 예정이었지만 다시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 양문석 후보 사태를 보니 위장 대출 문제는 갚는다고 해도 이미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대학생 단체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는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규탄하는 ‘촛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건 신전대협 공동의장은 “‘조국 사태’ 입시 비리로 공정의 가치를 파괴하고 청년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자가 2심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국회의원직으로 ‘방탄’에 나선 것”이라며 “5년 전 기억을 되살려 다시 촛불을 높이 들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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