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 있는 세균으로 대장암 발병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잇몸병을 유발하는 구강 박테리아 푸소박테륨 누클레아튬(Fusobacterium nucleatum)과 대장암의 상관관계를 국내 연구진이 수년간의 연구 끝에 최근 밝혀냈다고 조선비즈가 4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 센터와 조선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인간의 구강 내 세균과 대장암의 상관관계를 찾았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네이처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연구진은 한국인의 구강에서 분리한 박테리아와 대장암 환자의 장내 박테리아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그간 구강 박테리아인 푸소박테륨 누클레아튬이 대장암 환자의 장내에서 발견된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대장암 발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었다.
연구진은 푸소박테륨 누클레아튬의 아종(생물분류체계에서 종 아래에 있는 계급) 중 어떤 아종이 대장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구강 세균을 모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소박테륨 누클레아튬의 아종인 ‘아니말리스’를 유전자 분석을 통해 C1, C2 두 집단으로 나눠 실험한 결과 구강암 병소가 없는 한국인의 구강 세균에서는 C1, C2에 속하는 균주가 비슷한 비율로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대장암 병소에서 분리한 균주는 모두 C2에 속한다는 점도 파악했다.
C2균주가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를 생쥐 모델을 통해 적용한 결과 C2균주를 먹은 생쥐 대장에서 선종(adenoma) 생성이 유의미하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선종은 대장용종 가운데 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용종을 말한다.
장내 대사산물 역시 C2균주를 먹였을 때 급격히 변화했다. 항산화 작용에 관여하는 성분도 줄었다고 한다. C2균주가 대장 조직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생성해 염증과 암의 진행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연구에 참여한 국중기 조선대 치과대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번 연구는 푸소박테륨 누클레아튬의 아종 중에서도 C2균주들이 대장암과의 관련성이 높은 것을 확인한 첫 연구”라며 “이 균주들은 위산 액과 같은 높은 산성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어 구강을 통해 직접 대장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연구 결과를 대장암 발병 예측 키트를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타액이나 대변에서 C2균주를 선택적으로 검출하면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19년 크리스토퍼 존스턴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센터 교수가 국 교수 측에 공동 연구를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 교수는 2005년부터 국내 유일의 구강미생물자원은행을 운영, 2000년 조선대 구강생화학교실에 발령받은 뒤 균주를 분리하고 동정하는 연구를 20여 년간 진행해 왔다.
이번 연구에는 국 교수와 동료들이 약 20년간 모은 시료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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