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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국회의원이 이런 말을?”…정치인 막말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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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물병이 있으면 던져버리고 싶다”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 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의 막말이 정점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책에 대한 토론보다는 서로를 향한 인신공격과 도를 넘는 막말이 정치판을 수놓고 있는데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의 언행이 정치 불신을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12월 국가기관별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국회의 신뢰도는 15%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정부(37%), 검찰(38%), 지방자치단체(45%) 등과 현저한 격차를 보였는데요. 정치권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치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은 정치인들의 무례한 막말에서 연유하는 바가 크다”며 이른바 막말 정치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나친 막말은 형사처벌도 가능
 
타인을 공개적으로 비방하거나 수치심을 주면 대표적으로 모욕죄, 명예훼손죄 등에 해당해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정치인도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차명진 전 국회의원(새누리당)은 세월호 유족들을 향한 막말로 공분을 샀습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끈 글이 문제가 됐는데요. 차 전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데요. 지난해 법원은 모욕·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인정하고 차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법원은 “자극적이고 반인륜적 표현으로 피해자들의 인격을 비난했기 때문에 모욕으로 보기에 타당하다”며 “정치인의 무게감을 생각할 때 세월호 유가족에게 큰 피해를 줘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
 
차 전 의원 측은 재판에서 해당 발언이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요. 재판부는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의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글을 보면 (모욕의 대상이) 세월호 유가족임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회의원은 막말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직위상 ‘면책특권’이 부여되는데요.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입법 및 국정 업무 등 헌법에 의해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란 취지인데요. 국회의원은 개인이 아닌 국민의 대표이기에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면책특권을 어느 선까지 인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지난 2019년 2월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5·18 폄훼 발언이 논란이 됐는데요. 이들은 국회에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열고 5·18 희생자와 유족들을 향한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의원들은 당시 공청회에서 “5·18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변질된 게 아니라 정치적·이념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됐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으로 일궈낸 자유 대한민국의 역사에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 등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희생자와 유족들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명예훼손·모욕 등의 혐의로 고발 당하는데요. 
 
경찰은 이들의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이들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국회에서 공청회를 연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직무상 한 발언이기 때문에 면책특권이 인정된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이같은 경찰의 결정에 대해 다수 법률 전문가들이 의문을 표했습니다. 일부 국회의원이 개인 차원에서 개최한 공청회에서 한 발언을 두고 국회 내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면책특권 뒤에 숨기보다는 문제의 망언들에 대한 명확한 법리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었죠. 

당시 사건은 처벌 대신 당 차원의 징계가 내려지는 선에서 마무리됐는데요.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정치인의 망언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습니다. 
   
국회법 제146조와 155조는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한 발언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의 심사를 거쳐 징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현실정치가 협치가 아닌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의원 징계와 자격심사를 하는 윤리특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현 21대 국회에서 모욕·인신공격 등을 이유로 제출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지난해 10월 기준 총 27건인데요. 앞선 17대(16건), 18대(15건), 19대(23건), 20대(21건) 국회에 비해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러나 실제 징계안이 통과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제13대부터 20대 국회까지 상대 당 의원들의 요구로 제출된 의원 징계안은 모두 235건인데요. 이중 최종 징계가 결정된 사안은 단 1건에 불과합니다. 정국 주도권을 놓고 서로 잡아먹을 듯 극한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징계안 처리에 있어서는 한결같이 동업자 의식을 발휘하고 있는 거죠.

헌법

제45조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본문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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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작용 기대하지만… 
 
막말과 혐오 발언은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를 향한 날선 발언들이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눈에 띄는데요. 증오발언 규제법과 같은 법제화 노력까지 나타나고 있지만 항상 규제가 능사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증오표현이나 막말에 대한 처벌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실제 법원은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허용되지 않지만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정치적 의견 표명이나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 발언이나 의사 표현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여론의 따가운 감시와 함께 정치권의 자정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막말 발언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한 건 높이 살 만합니다. 후보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막말 정황이 드러나자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을 취소하는 일들이 연달아 발생했는데요.
   
한 정치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혐오 발언을 한 인사에 대한 공천 불이익 이야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여야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한 셈이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으로 정치권에서 어떤 노력을 이어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이다겸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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