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한미-OCI 그룹간 통합을 놓고 오너 일가 사이 경영권 분쟁이 다시 오리무중에 빠졌다. 개인 최대주주인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이 형제 측에 손을 들면서 판세가 기울어지는 듯 했지만, 국민연금이 모녀 측 지지 의견을 내면서 다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은 건 소액주주의 표심이다. 양측은 오는 28일 승패가 판가름날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이사 및 감사위원 각 선임 안건과 관련해 이사회 안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한다”고 26일 밝혔다. 위원회는 모녀 측이 추천한 이사진 6명의 선임에 관해 모두 찬성했지만, 그 형제 측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선임 건에는 반대 결정을 내렸다.
이날 국민연금이 모녀 측 안건에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의 추가 다시 평형에 맞춰지는 모습이다.
앞서 한미약품그룹 고 김성기 선대 회장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OCI 그룹 통합 추진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오는 28일 열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확보해 통합을 막겠다는 게 이들 형제의 계획이다.
관건은 양쪽 지분 격차가 우세를 점칠 수 없을 만큼 근소하다는 점이다. 현재 형제 측 지분은 임종윤·종훈 형제 각각 9.91%, 10.56%에 배우자 등 특별관계자 지분을 합쳐 28.42%, 최근 형제 측에 손을 든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 지분 12.15%까지 더하면 총 40.57%다.
모녀 측 지분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각각 11.66%, 10.2%에 특별관계자와 재단 등을 더해 35%다. 여기에 한미사우회 0.33%, 전날 지지 선언한 국민연금 지분 7.66%가 추가 되면서 모녀 측 우호 지분 총합은 약 43%로 다시 우위에 섰다. 다만, 임종윤·종훈 형제는 모녀 측 재단 지분의 경우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수치 상으로는 모녀 측이 유리하지만, 관건은 소액주주(약 20%)의 표심으로 언제든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주총 하루를 남겨두고 양측은 핵심 열쇠인 소액주주 표심을 사기 위해 막판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한미그룹은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공격적 주주친화 정책을 약속했다. 중간배당 도입으로 주주 수익성을 높이고 당기순이익 50%를 주주친화 정책의 재원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형제 측은 이날 주주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법원의 결정 이후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은 현 이사진의 결정에 대한 주주들과 시장의 평가가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소액주주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라고 호소했다.
형제 측에 힘을 실어준 신동국 회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저를 포함한 개인주주들이 외면 받지 않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며 ”소액주주 분들도 제 판단을 믿고 확신을 갖고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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