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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가 급하거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그간 힘들고 불안했는데 이제는 지쳐갑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은 고작 1~2분 뿐이죠. 정부와 의료계가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당장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18일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에서 만난 간암 3기 환자 이모씨(58·여)는 고개를 축 늘어뜨린 채 이 같이 말했다.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늑막과 복부에 암이 전이돼 있는 상태인데, 치료를 못 받은 지 한 달이 넘었다”며 “전이도 초기에 잡아야 한다고 하는데 걱정된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의료대란이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난 이날 병원의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평소라면 북새통을 이뤘겠지만 이날은 너무 한산했다. 검사실과 진료실 등의 대기석은 절반 이상이 비었고, 병원 곳곳에 촘촘히 자리를 지키던 환자들도 모습을 감췄다.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서 제출이 최초 시작된 것은 지난달 19일이다.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그들은 돌아올 낌새조차 없다.
환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에 거주 중인 중증 환자들은 수술이 무기한 연기되고 언제 진료가 재개될 지 알 수 없는 채로 기다려야 해 점점 지쳐가고 있다.
유방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 날짜만 기다리는 정모씨(67·여)는 이미 여러 병원에서 퇴짜를 맞고 이 병원까지 왔다. 정씨는 “보이지 않는 정부와 의료진과의 갈등 탓에 이젠 꿈과 희망조차 사라졌다. 제발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돌아와줬으면 좋겠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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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세브란스병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병원 내부는 한산했고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자신의 순서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천 연수구에서 사는 오모씨(62·여)는 “12년 전 인천 길병원에서 악성 흑생종 진단을 받았는데, 수술은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하라고 해서 다니게 됐다”며 “정부가 이번에 의사 증원한다는데, 많은 의사 선생님을 배출 해 환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길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병원을 방문한 박모씨(42)는 “정부가 말하는 서울 쏠림 현상을 방지해야 하는 것도 맞고, 고령 인구가 느는 것도 맞는 말”이라며 “그러니 전공의 선생님들도 이제 그만 인정할 건 인정하고 제자리로 돌아와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대표는 “중증 환자들은 대학병원 아니면 치료할 의료기관이 없는데, (정부와 의료계 대치가) 환자의 절박한 상황이 양쪽에선 안중에 없는 것 같다”며 “제발 (양측이) 극단적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남은 의사들은 현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환자들의 고통을 걱정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비수도권 병원의 의사 A씨는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 쪽도 마음 편하게 지지할 수 없다”며 “한 달간 전공의들의 대응 방식을 보면서 의사집단 내부의 권위주의적 분위기와 다른 의견, 다른 집단에 너무도 닫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방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B 교수도 “각 집단이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환자 뿐 아니라 현장에 남은 이들도 점점 지쳐가고 있다”며 “저희가 남아있는 건 책임감 때문이지, 정부의 정책에 동의해서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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