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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테 안 지려고 ‘고집불통’처럼 버티고 있는 의사들 때문에 대학병원으로 안 가고 전문병원으로 갈 겁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의사들 ‘돌아와 주세요’라고 하소연해야 합니까? 그들이 해야지.”
14일 서울 서초구의 대장항문전문병원에서 만난 대장암 2기 환자 김모씨(62·여) 이야기다. 김씨는 서울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를 못하자 소견서를 들고 대장항문전문병원으로 왔다.
전공의 집단사직 여파로 상급종합병원보다 ‘전문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수가 늘고 있다.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형병원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과 환자 보호자들의 발길이 향하고 있다.
이 대장항문전문병원은 20개 진료과에 전문의 35명으로 운영 중으로 상급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전원해 온 환자가 40% 증가했다. 특히 치질 등 항문 질환보다 암 수술이나 중증질환자 대한 수술이 증가했다. 카톡 상담이나 전화 상담도 대기가 걸릴 만큼 늘어났다. 대장항문전문병원 관계자는 “전문병원 제도가 10년간 운영되고 있는데, 낮은 의료 질 평가지원금 등 보상이 미흡해서 정부가 적절한 보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뇌혈과질환 전문병원 명지성모병원도 이날 환자들로 붐볐다. 명지성모병원에서 만난 안모씨(70·여)는 “남편이 엊그제부터 머리가 아프다고해서 뇌혈관 MRI 등 각종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대학병원에는 의사들이 없어 대학병원 갈 생각 안 하고 이곳으로 왔다”며 “전문병원이 있어서 다행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한다고 하는 정책을 계속 강경하게 밀고 나가 의사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음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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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성모병원은 12개 진료과에 전문의 35명으로 운영 중이다. 명지성모병원 관계자는 “최근 3주 전후로 비교했을 때 약 15% 정도 병동 가동률이 올라갔다. 평소 병동 가동률이 70~80% 사이였는데, 지금은 90% 넘게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의전화는 물론 최근엔 온라인 홈페이지 접속자가 많아 다운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중소병원과 전문병원의 수가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문병원 육성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병원인 전문병원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해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급(2차) 의료기관이다. 정부는 병원의 전문화·특성화를 통해 중소병원의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의료법 개정을 통해 전문병원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2011년부터 매년 전문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총 109개 의료기관이 전문병원으로 지정·운영되고 있다. 전문병원 지정 분야는 질환별로 관절·뇌혈관·대장·항문·수지 접합·심장·알코올·유방·척추·화상·주산기·한방 중풍한방중풍·한방 척추한방척추 등 12개다.
전문병원은 환자 구성 비율과 진료량, 필수진료과목, 의료인력, 병상, 의료서비스 수준 등의 지정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 중 전문병원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면 3년간 지위가 인정되며, 관리료와 의료 질 평가지원금 등 건강보험 수가를 지원받는다.
이상덕 대한전문병원협회장은 “전문병원이 대형 병원의 모든 과를 대신하지는 못하더라도 일부 전문병원 지정 분야는 대체할 수 있다”며 “이렇게 의료 수준이 손색 없는데, 국민들이 전문병원 제도가 있는 줄 잘 모르고 있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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