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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공백에 ‘PA간호사’ 긴급 수혈?…의료계 혼란은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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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PA(진료지원) 간호사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의료계의 혼란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이란 비판부터 직역갈등 촉발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종합병원‧수련병원 간호사가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숙련된 PA 간호사의 적극 활용 등을 통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해 PA활용 방침에 힘을 실었다.

이후 정부는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마련, 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해당 보완지침에서는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행위 중 9개 행위를 제외한 89개 진료지원행위를 간호사에 허용했다.

이에 따라 간호사는 ▲위험한 수술 보조행위 ▲응급상황에서의 동맥혈 채취 ▲에이라인을 통한 동맥혈 채취 ▲응급상황 심폐소생술 ▲응급약물 투여 등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세부 행위에 따라 일반 간호사와 전담간호사,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와 할 수 없는 업무를 구분했으며, 대법원 판례로 명시적으로 금지된 행위도 수행할 수 없게 했다.

의료계에선 즉각 정부가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해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브리핑에서 “마땅히 의사가 해야 할 일을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 양성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대위는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못한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범위가 무너지면서 의료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이전에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될 수 있던 것들을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닌 것으로 판단해 복지부에서 할 수 있는 행정처분의 대상은 아닐 수 있지만 환자가 PA간호사에 책임을 물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한다”며 “전혀 현실성 없는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호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상 간호사 위주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는 8일 입장문에서 “전공의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현장의 진료공백은 의사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땜질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와 의사단체가 진료정상화를 결단하고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일반간호사에게까지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약물 투여, 마취제 투여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사실상 의사업무가 무제한적으로 간호사에게 전가했다”며 “이럴 거라면 차라리 간호사에게 의사면허를 발급하라는 게 의료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라고 전했다.

또한 정부의 정책은 일선 의료현장에 혼란과 혼선을 야기할 뿐이란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는 간호사의 업무범위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이고, 업무범위 결정권은 의료기관장에게 맡겨진다”며 “의료기관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고, 진료에 혼선이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노조 역시 간호사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함을 짚었다. 노조는 “관리·감독 미비로 인한 사고시 최종적인 법적 책임은 의료기관장에게 있다며 법적 책임을 의료기관장에게 떠넘겼다”며 “의료기관장에게 법적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의사와 간호사들의 반대에 부딛힌 정부의 PA활용 방침은 보건의료계 직역갈등의 불씨로도 작용하는 모양새다.

우선 간호사들이 의사단체에 날을 세웠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 지침을 두고 ‘불법의료행위 양성화’라고 비난한 의협을 향해 “불법의료행위 양성화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며 “의협은 의사 부족 때문에 생겨난 2만여명의 PA인력에게 의사업무를 떠넘기면서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해왔던 자신의 모습부터 반성하고 의대 증원정책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의료계를 간호사와 비(非)간호사로 양분했던 간호법안 제정에 대한 목소리도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직역 갈등의 불씨는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은 지난 8일 보완지침 설명회에서 “간호사의 자격, 교육, 숙련도에 따른 수행가능 업무기준이 제시돼 간호사 업무의 법 보호체계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항시적인 간호사 업무 범위의 법적 보호 및 권리보장 체계 구축을 위해 간호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앞서 간호법은 지난해 4월 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끝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바 있다. 당시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가 언급됐었다.

이미 응급구조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은 상태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지난 6일 “PA 활용 방안을 의료기과나 내 간호사 직역에 허용한 것은 현 상황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응급구조사협회는 “현 의료계의 공백에 대한 대응은 특정 직역뿐만 아니라 보건의료계의 모든 직종이 함께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특정 직역에 집중된 정책 방향은 의료계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음을 정책당국은 깨달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복지부는 여러 논란을 인식한 듯 PA의 법제화나 간호법 제정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를 취하고 있다.

우선 PA 제도화에 대해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업무지침은 판례를 통해 명확하게 정리된 것과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간호사가 수행하기 어렵다고 한 것들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제외한 것”이라며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제도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항후 검토될 제도화 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제도화가 될 때는 현장에서 적용했던 사례들을 판단해 어느 범위까지 PA 업무 범위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간호법을 추진하겠다는 간협의 의견에 대해서는 “정부는 국민 보건체계를 강화시키는 의료개혁에 간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면서도 “의료제도 관련 법안이 성안이 되려면 관련되는 단체와 국민,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한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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